비번날은 힘드네

by 코와붕가

영업 종료


지하철 운행이 종료됐다. 평일 우리 역에 막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00시 57분이다. 가끔 환승역 사정으로 몇 분 지연될 때도 있다. 현재 우리 조에는 사회복무요원이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보기 힘들어졌다. 사병 월급이 올라서 전보다 들어오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


막차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남아있는 잔류 승객을 확인한다. 승강장에 쓸쓸함이 남는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올라가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춘다. 지하 5층 승강자에서 지하 1층 대합실에 올라갈수록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혹시나 화장실에 승객이 있는지 확인한다. 화장실을 청소해 주시는 그린환경 직원분이 없다고 말씀해 주신다.

화장실 점검표에 그러져 있는 동그라미와 엑스를 지운다. 내일도 오늘같이 동그라미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합실 양쪽에 있는 셔터를 닫는다. 환승통로 잔류 승객을 확인한 직원이 이상 없다며 웃는 얼굴로 오케이 사인을 준다. 밝은 표정이 내게 전염이 된다. 영업이 종료됐지만, 선로 청소가 있다. 이 날은 전기가 차단됐다는 관제 방송이 나오면 책임자가 선로출입문을 직접 열어줘야 한다.


그렇게 취침의 시간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새벽 01 30분이 돼서 간단히 수고한 발을 닦고 침구에 몸을 맡긴다. 피곤해도 바로 잠이 오지 않는다. 폰으로 손이 간다. 업비트 어플을 켜서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한다.

미국 시세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하락장에는 넷플리스, 산책, 독서가 약이다. 그렇게 잠이 든다.


04시 30분에 일어난다. 승강장에 내려가서 스크린도어를 작동시킨다. 올라가면서 어제와 반대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가동을 시킨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회사 내 시스템에 들어가서 열차 운행에 지장 없다는 목록을 체크하고 저장을 한다. 이제 셔터만 열면 본격적인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09시에 뒷 조와 인수인계를 마치고 퇴근을 한다. 아내가 챙겨준 죽과 비타민이 힘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점심에 카레 먹고, 저녁에는 빵 먹고 운동 가~ 나 저녁에 동네 엄마들과 약속 있어."


대화와 맞지 않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이런 장난을 치는 사이다.


간단히 씻고 포근한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행복도가 올라간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다.

윗 층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발소리와 도구를 사용하고 떨어뜨리는 소리가 난다.

아파트가 싫어진다. 최대한 좋은 생각을 하면서 잠을 맞는다. 아주 달콤하게 말이다.


"층간 소음 몰아내고 조국 통일 이루자!"

이상한 문장이다. 이래서 비번 날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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