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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이야기 12

내 동기는 어디에?

by 코와붕가

유격장 복귀


수색대대에서 복귀 첫날을 보냈다. 한 달을 WAR GAME을 한다는 명목하에 반 민간인이 돼서 돌아왔다.

다른 소대원들의 궁금증에 답해주느라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오랜만에 먹는 자대 짬밥은 놀라울 정도로 별로였다.


다음날, 유격장으로 들어가는 식재료를 가득 싫은 트럭에 몸을 실었다.

트럭에서 나오는 매연과 함께 여러 궁금증과 기대과 공존하고 있었다.


'다들 유격훈련 교육은 잘하고 있는지?'

'내 코스(18단계 그네 넘기) 부사수가 어떻게 했을지?'


홍천 굴지리에 있는 유격장에 도착했다. 민간인 출입제한구역이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푸르름이 초롱초롱했다. 이제야 내 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때와 다르게 내 발걸음은 빨라졌다. 그 보기 싫은 선임들도 반가울 정도였다.


우선 소대장에게 신고를 했다. 대대장과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뭔가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신고를 마치자마자 소대 막사문을 열었다. 소대원들에게 복귀 신고를 했다.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소대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병장들은 평소와 다르게 작은 목소리로 "수고했다."만 전했고, 후임들은 반가움을 표시하기보다 대면대면

"화랑!"구호만 하고 각자 맡은 일만 했다.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JYP 닮은 내 동기 형철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작업을 나갔으리라 생각했다. 저녁을 먹는데도 형철이는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분대 선임이 조용히 날 불렀다.


"코 상병, 앞으로 애들한테 지시하지 마라. 지시할 때 같이 하자라고 말해라."

"넵?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김 병장하고 형철이 영창 갔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미군 부대로 가기 전에 소대 분위기가 이랬다.


우리 소대가 유격장 조교로 선정되면서 모두 들떠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유격장에 들어와서도 들떠있는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평소 갈구기로 정평이 난 선임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며칠 후 상병 선임인 나와 형철이를 막사 뒤로 불렀다.


"야, 애들 왜 이렇게 빠졌어! 한 딱까리 해라."

그는 우리 둘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치며 지시했다.


내가 미국 부대에 있는 동안 형철이는 홀로 선임이 지시한'한 딱까리'를 실행했다.

밤 점오를 마친 후, 각종 얼차려와 욕설로 후임들의 혼을 뽑아냈다. 그러다 한 후임이 도저히 못하겠다며 형철이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형철이는 바로 후임에게 다가가 뱃사람의 두껍고 거친 손바닥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후임은 침상밑으로 떨어지고, 귀에서는 피가 흘렀다고 한다. 고막이 다쳤다고 한다. 이후 소대장은 자초지종을 물었고, 대대에 보고했다. 지시를 내린 김 병장과 후임을 때린 형철이는 나란히 영창을 가게 된다.


내가 아닌 형철이가 돌아왔다


형철이는 무거운 표정으로 영창에서 복귀했다. 난 바로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같이 영창에 갔다고 생각한다. 며칠이 지나서 내 코스(18단계 그네 넘기)에 데리고 갔다. 난 형철이의 어깨를 토닥거려 줬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말하면서 코끝이 찡했다. 미안하고 슬펐다.


"형철아, 힘들었지.."

"음.. 내 탓이지. 내 잘못이야.. 나 제대하면 술 한잔 사라."


형철이는 영창에 다녀온 이유로 우리 동기와 같이 제대하지 못했다. 우리가 제대한 날, 형철이는 말년휴가를 나왔고 신촌의 어느 호프집에서 실컷 마셔댔다. 난 약속대로 그날 형철이를 책임졌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신촌의 밤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날 대화에서 형철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내 소주잔을 쉽게 넘어가게 만들었다.


"내 동기 코와붕가 동생~ 내가 그렇게 잘 못 했냐? C부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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