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사고가 날 뻔했다.

다행이다.

by 코와붕가

5월 마지막 날


토요일, 난 4조 2교대에서 '휴무'(주간, 야간, 비번, 휴무 순으로 돌아간다.) 날이었다.

아침에 어머니 집에 상추를 가지러 갔다. 아버지가 옥상에서 상추, 쑥갓, 고추, 방울토마토를 키운다. 나와 아들은 야채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 누구를 위해서? 바로 우리 아내 때문이다. 커다란 봉지로 가득 담은 상추가 1주일이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부모님과 사전투표 와 투자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누구보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방화'가 일어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항상 뜨거운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전파하는 직원의 메시지도 없었다. 우리 역 단체방도 조용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식을 먹고 헬스를 하러 갔다. 헬스장에 가면 옷을 갈아입은 후 간단히 몸을 푼다. 그리고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속도를 6으로 맞춘다. 리모컨으로 모니터 전원을 켠다. 주로 향하는 채널은 야구, WWE(미국 프로레슬링), YTN 등이다.


정말 큰일이 벌어질 뻔했다


채널을 돌린다. 딱히 멈추고 싶은 곳이 없다. 그때, YTN에서 속보뉴스가 떴다. 눈에 익숙한 지하철역 그리고 어두운 터널에서 걸어 나오는 승객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5호선 여의나루역 ~ 마포역으로 달리던 열차에서 방화가 일어난 것이다. 60대 남성 승객이 기름통을 들고 라이터형 토치로 불을 질렀다. 아무리 전동차내 소재가 불에 타지 않는다고 해도 연기가 피워지고 번져 호흡기로 들어오면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다행히 기관사와 승객들의 발 빠른 대처가 커다란 사고를 피해 갔다.


그나마 한적한 토요일, 오전시간이라 천만다행이다. 평일 출퇴근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참고로 5~8호선 열차 기관사는 단 1명이 운행한다. 역 직원은 많아봐야 3명이다. 평소 화재대응 훈련을 수차례 실시한다고 해도 변수는 많이 발생한다.


방화범은 이혼 소송 결과를 공론화하려고 이런 짓을 했다고 말했다. 공론화를 하기 위해 지하철 방화를 일으켰다는 말인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승객들을 무고한 희생자로 만들 생각인가!


날이 더워지고 있다. 벌써 우리 역에도 모르는 승객끼리 다툼이 생겼다. 사소한 행동과 말로 다툼이 벌어지기 좋은 시기다. 개인적인 이유, 세대적인 이유, 정치적인 이유, 종교적인 이유로 서로를 갈라 세운다. 적을 만들고 다투게 만든다. 정신적으로 아픈 시대다.


"수고하신 직원(기관사, 역 직원)과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린 승객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첫 째도 안전, 둘 째도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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