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다
해마다 검진기관을 선택한다. 지금까지 5군데를 갔다. 입사 초기에는 가까운 동기와 날짜를 맞추어 중간지점에 있는 검진기관을 선택했다. 검진을 마치고 낮술을 감행하는 무모한 용기를 발휘한 적도 있다. 젊은 시절 건강검진은 끝나고 즐기기 위한 행사였다.
언제부턴가 혼자 검진을 받으러 간다. 동기간에 조도 달라지고 사는 곳도 멀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검진기관에서 우연히 아는 직원을 마주칠 때가 많아졌다. 솔직히 이제는 혼자가 편하다. 낮술의 재미난 추억보다 지금 건강이 중요해졌다.
이번에 검진기관을 바꿨다. 전에는 주로 교통이 편한 곳을 선택했다. 검진을 꼼꼼히 해주는 곳보다 일찍 끝나는 곳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직원은 여러 검진기관을 비교하면서 선택했다. '나도 이번에 바꿔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동기가 추천한 곳으로 선택했다. 지하철로 환승을 한 번 해야 했지만, 장점이 많았다. 한 층에서 모든 검진이 이뤄진다는 점과 다른 곳과 차별적인 서비스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각종 예방주사(대상포진, 파상풍, 독감)를 맞춰준다. 입소문이 나서 직원들의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이 됐다.
'건강'을 갖추어야 '생존'하면서 오롯이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해마다 거치는 행사가 아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그리고 확인하기 위한 '중간성적표'다.
이번에 눈에 띄는 점은 시력이 처음으로 1.0 밑으로 내려왔다. 아무래도 모니터와 스마트폰 영향이 큰 거 같다.
검진결과지가 도착하면 쓱 한번 훑어보고 재활용으로 버려졌다. 지금은 세세 항목들을 작년과 비교해 본다.
혈압은 130을 넘나들고 있다. 관리해야 한다. 체중에 비해 체지방이 높다. 음주와 간식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하나씩 숙제를 안겨준다.
건강검진에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은 내시경 '수면마취'다.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를 하면, 간호사가 팔에 약을 투여한다. 웃기게도 최대한 눈을 뜨고, 참아보려 한다. 약물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난다. 이내 나는 사라진다.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함이 다가온다.
올해 검진을 마쳤다. 2주 뒤에 건강 성적표를 받는다. 양가 어르신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건강하게 보내야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게 됐다. 그래서 좋다. 그래서 관리하고, 성장한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두루 챙겨야 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온다.
'건강'은 나를 지탱하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뿌리가 흔들리면 몸과 마음이 흔들린다. 맑은 정신을 지키기 위해 글을 마친 후 헬스장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