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입사를 하고 내 차를 갖고 싶었다. 여자친구를 태우고 싶어서? 아니다. 부를 과시하고 싶어서?
아니다. 지하철 이용이 공짜여서 출퇴근용으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구입하고 싶었던 이유는
주변 친구들이 자차 드라이버로 탄생?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시는 분이 중고차 업계에 있었다. 날짜를 맞춰 중고차를 보러 갔다. 내게 처음으로 보여준 차는
빨간색 디젤 코란도였다. 어디서 오프로드를 하고 왔는지 흙탕물이 차를 덮고 있었다. 차 안은 열자마자 담배냄새가 반겼다.
딜러 아저씨는 작은 수첩을 열더니 시세를 보여줬다. "사장님 아들이니 싸게 줄게요. 세차하면 새 거예요."
당시에 아버지 차가 코란도여서 익숙했다. 그런데 이 차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딜러에게 연락이 왔다. 사모님이 세컨카로 타던 차라며 어서 와서 보라고 했다.
그 차는 바로 기아 '스펙트라 윙'이다. 젊은 감성을 가진 내외관 디장인과 해치백 형태로 만들어진 차다.
키로수는 2만 정도밖에 타지 않았다. 딜러는 흰색이라 말했지만, 알고 보니 진주색이다.
740에 차를 샀다. 그렇게 스윙이와 10년을 보냈다. 2만 킬로에 어울리지 않게 아픈 데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동키를 돌리면 '끼익'소리가 발생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운전미숙으로 주차장을 돌다가 기둥에 긁혔다. 판금까지 할 정도가 됐다. 차를 소유했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차가 짐이 되고 있었다.
"우리 모닝으로 바꾸자"
어느 날 아내는 모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아내가 출퇴근용도로 모닝을 사고 싶어 했다. 스윙이를 지인에게 싸게 보냈다. 그래도 정이 들어서 새 주인에게 인계를 하고 떠나보낼 때 시원함과 아쉬움이 겹쳐왔다.
가끔 내가 판 스윙이를 볼 때가 있다. 어떻게 아냐고? 튜닝을 좋아하는 친구가 차를 팔면서 내게 휠과 날개를 선물해 줬다. 그리고 누리끼리한 진주색을 갖추고 있다. 한눈에 봐도 내 스윙이를 알아챈다.
'아직 살아있구나'
지금 모닝에 대해서는 만족하며 타고 있다. 이것도 아내가 모닝을 잘 아는 지인과 함께 직거래로 매입한 중고차다. 특이한 구조를 가진 '바이퓨얼 모닝'이다. 시동은 가솔린 운행은 LPG를 쓴다. 경차카드로 유류비도 할인받는다. 무엇보다 장점은 서울권역 구석구석을 다니기 편하다. 사실상 아내 차가 됐다. 모닝이 우리에게 오는 순간부터 운전대는 아내에게 갔다.
"아직도 모닝이냐?"
주변 친구들은 만나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중형차 이상을 가지고 있다. 같이 여행이라도 가면 내 슈퍼 모닝을 타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난 그들의 차를 얻어 탄다. 운전할 일이 없어 좋다.
도로에는 언제부턴가 수많은 고급차가 지나다닌다. 수입차라고 해도 특별하지 않으면 눈이 가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용기 있게 차선변경하는 우리 '슈퍼 모닝'이 귀엽게 보인다. 언제까지 함께할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 세 명이 타기에 협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에 취약하다. 전기차에 눈이 간다.
"아...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