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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치기 진상과 쩌렁쩌렁 어르신

by 코와붕가

출근길 2호선


오늘도 역시나 승객들로 점령된 지하철이다.

'딸랑딸랑'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알람이 울린다.

승객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더 들어가요! 아오!"

문이 열리자마자, 마동석과 비슷한 체구와 외모를 가진 남자 승객이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간다.

내심 용기 있는 모습에 부럽기도 했다.


사람들 얼굴에 짜증 난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기서 점점 구석으로 밀려난 나는 눈만 깜빡인다.

혹시라도 여성 승객과 접촉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 세운다.

난 밀치기 진상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여기서 내가 진건가?'


몇 정거장을 지났다.

한 어르신이 몸 상태가 안 좋으신지, 전날 약주를 하신 건지 비틀비틀 거리며 열차에 올라온다.

노약자 석에 한 어르신이 일어난다.

연장자에 대한 배려로 보였다.


어르신은 자리에 앉자마자 기침을 크게 했다. 승객들은 소리의 발원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통화소리가 승객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어제 그놈이 말이야. 술 값을 내지 않고 도망갔어! 망할 녀석."


어르신의 데시벨이 높아질수록 주변 승객들이 없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곳은 인내의 수련장이 됐다. 환영한다.


승객들에게 힘으로 밀고 들어온 진상과 약한 신체에 우렁찬 목소리를 뿜어낸 어르신.

전자는 권리를 앞세웠다.

후자는 나이를 내세웠다.


그 사이에서 평범한 보통 승객은 말없이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고, 속으로 말한다.

'참자. 갈 길 가자.'


지하철은 평온하다. 겉으로만.


오늘도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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