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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Oct 13. 2023

도움 아닌 충고.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헬스 편)

코로나가 운동을 멈추게 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동네 문화센터에서 검도를 다녔다.

기존에 다니던 도장에서 초단까지 땄다. 이후로도 계속 다니다가 관장의 관리 소홀로 성인부가 소멸되기 시작했다. 도장에 운동을 나가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도장 마루에는 커다란 먼지가 돌아다녔다. 마지막 남은 성인부 관원 세 명은 각자 알아서 흩어지기로 했다.


새로운 곳은 지역 문화센터다. 값도 싸고 여기 계시는 사범님은 무려 8단 이시다. 그래서일까. 검도를 오랫동안 수련해 온 분들이 많았다. 성인부는 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대련은 상대가 많아서 전과 다른 재미를 주었다. 내가 가진 초단은 이들에게는 초보였다. 그렇게 적응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총무님이 2단 응시서를 내게 주었다. 


이 시기에 코로나가 발생했다. 체육시설은 전면 중단됐다. 집에서 죽도를 휘두르며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검도에 등록할까 하다가 마스크를 쓰고 하는 게 아직은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곳은 '헬스'였다.


관장형 헬스장에 등록하다.


유명 헬스 유튜버가 초보는 관장형 헬스장에 등록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관장형 헬스장이란 체인점으로 운용되는 곳이 아니라 관장이 직접 모든 것을 하는 곳이다. 과거에 다니던 헬스장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세련된 기구들과 몸 좋은 강사들이 PT를 해주는 곳이 헬스장 아니 짐이라 부른다.


동네에는 관장형 헬스장이 있었다. 빠른 비트에 트로트 노래가 나왔다. 심지어 조성의 '아시나요'도 댄스곡으로 나왔다. 관장은 이상한 헤어스타일과 패션으로 나를 맞았다. 짧은 상담을 마치고 3개월을 등록했다.


관장형 헬스장이라 많이 가르쳐 줄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물어보면 상당히 귀찮아했다. 이곳에 다니는 대부분은 관장과의 오래된 친분으로 다니는 거 같았다. 헬스는 혼자 하는 운동이라 다른 사람과 특별히 마주칠 일도 없고 인사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동네 관장형 헬스장이라서 나 포함 나이 든 아저씨들이 많았다. 서로서로 인사하고 아는 척을 했다. 난 내 운동만 하고 집에 갔다. 


어느 날 헬스장에 안내문이 붙었다. 곧 폐업을 알리는 글이었다. 관장과 건물주간에 소송이 있었고 관장은 져서 강제로 폐업하게 됐다. 관장은 남은 기간에 따라 환불해 주었다. 단, 1만 원을 깎아달라고 했다. 끝까지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분은 친분을 내세워 환불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곳으로 옮기다.


폐업을 한다는 소식에 다니던 분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어떤 곳은 사람이 많아서 운동하기 힘들고, 어떤 곳은 싸고 좋다 등등.. 이렇게 몇몇 분과 친분들 쌓게 됐다. 


새로운 곳은 이용비도 싸고 시설도 좋았다. 관장은 나보다 젊고 관리를 잘했다. 회원복과 수건에서 전에 느낄 수 없었던 향이 났다. 이제부터 운동만 하면 됐다.


전 헬스장에 있던 분들이 많이 이곳으로 넘어왔다. 서로가 전에 같이 다녔다는 이유로 말을 붙이고 친한 척을 했다. 이제는 이곳에서 인사하는 분이 많아졌다. 항상 그랬지만 인사만 하고 끝이 아니었다.


친해졌다는 이유로 접근하는 묵은지들이 발생했다. 이곳도 다르지 않았다.


나: "안녕하세요."

묵은지: "어... 나왔어. 운동 많이 했어?"

나: "1시간 정도 했네요."

묵은지: "내가 코와붕가 몸을 보니까(이 녀석은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이거하고 저거만 해"

나:"아.. 네.."

그러면서 다른 사람 운동하는 걸 설명해 줬다. 저건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저러면 근육이 안 늘어난다.


이 분은 오래 운동을 해오셨다. 지식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그냥 오래 했다는 점밖에 없다.

운동하다가 가끔 보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다 가끔 눈이 마주친다. 약간의 눈웃음으로 상황을 바꾼다. 바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을 배우면서 내가 가르침을 받고 싶은 분들이 있다. 헬스는 몸으로 말한다. 몸이 좋으면 눈이 간다. 대게 그들은 본인 운동만 열심히 하다가 간다. 눈으로 힐끔힐끔 보면서 자세를 따라 해 본다. 이런 분들과 앞면을 트고 배우고 싶지, 특정 부위만 발달된 아저씨에게 배우고 싶지는 않다. 관심은 감사하다. 하지만 도가 지나칠 때가 있다. 제발 상대방이 요구하기 전까지 나서지 말아 주세요. 


오늘도 외친다.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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