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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Jan 08. 2024

새해부터 시작이구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한적한 주말 근무.


내가 근무하는 역은 주말에 한가하다. 주로 이용객은 직장인들이다. 평일보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놓고 쉴 수도 없다.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날에 울리는 경보음은 다른 날 보다 더 크게 들린다. 깜짝 놀라 해당 스위치를 누르고 통화를 한다. 주로 엘리베이터에서 신호가 온다. 이동하는 해당 층을 누르지 않고 비상 호출 버튼을 누르는 경우다. 


"네, 역무실입니다. 말씀하세요"

"아.. 잘 못 눌렀네요. 죄송합니다."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신경 써서 봐야 한다.


열차 내 응급환자 발생.


점심을 먹고 안내센터 교대를 했다. 토요일이라서 전화도 물어보는 승객도 적다. 가장 편안한 상태다.

cctv로 역사를 보아도 모든 게 원활하게 흘러갔다. 이렇게만 근무하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후 관제 번호가 찍힌 전화가 울렸다.


"지금 도착한 하선 열차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빨리 가보세요."

"네"


교대한 직원은 점심을 먹으러 간 상황이라 직원 나 혼자였다. 승강장으로 이동하면서 사회복무요원에게 승강장으로 오라는 전화를 했다. 다급한 상황이다.


열차는 출입문을 열고 멈춰 있었다. 열차 내 승객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빨리 출발하지 않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내가 가진 가장 빠른 속도로 해당 열차칸으로 향했다. 기관사는 나에게 해당지점을 알려주었다.  바닥에 한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한 남성과 같이 환자를 승강장 의자에 눕혔다. 동시에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괜찮으세요?"

"제가 저혈압도 있고요. 생리통도 있어요."

옆에서 남성 승객이 이 여성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아시는 분이세요?"

"남자친구입니다." 일행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119 대원이 도착하고 환자와 상담 후 괜찮다는 의견을 듣고 돌아갔다. 여성 승객은 기운이 돌아왔는지 일어나서 남자친구와 약국에 갔다. 정말 다행이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그동안 배운 응급조치를 해야 했다. 

창백했던 여성 승객의 얼굴이 다시 돌아왔다. 내게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오히려 더 감사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응급환자 처리가 완료되고 사무실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평소 같으면 2명 정도가 방문하는데 5명이 넘었다. 


"CCTV좀 볼 수 있을까요?"

"CCTV는 안내센터에 가셔야 합니다."


20분 후 안내센터 교대를 하러 갔다. 안내센터에 있는 직원은 여러 명의 경찰들에게 둘러싸여서 CCTV를 보여주고 있었다. 난 경찰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어떤 여성이 커터 칼을 보이면서 돌아다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요."


바로 해당 여성이 CCTV에 잡혔다. 밖에서 보기에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달랐다. 사람이 없는 곳에 소리를 지르고 손에서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다. 주변 승객들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승강장을 방황하다가 열차에 타는 모습이 잡혔다.


경찰은 신속하게 연락을 취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열차 내에서 해당 여성을 제압했다고 들었다. 

너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상행동을 보고 신고해 준 승객과 빠르게 대처해 준 경찰에게 고마웠다.


나와 직원은 CCTV를 돌려보면서 위험 천만한 상황들이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대처하기 힘든 승객부류는 정신적으로 아프신 분들이다.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새해가 밝아왔다. 승객들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근무 중에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 상대하는 일이 점점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하에서 "코와붕가"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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