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나가기.
내게 회사 모임 두 개가 있다.
하나는 5호선 1 급지 K역이고, 다른 하나는 4,6호선 환승역 S역이다.
오늘 K역 모임방을 나갔다.
행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카톡 새로운 기능인 '조용히 나가기'를 사용했다.
운 좋게? 코로나 시절 총무를 맡았다.
여기서 운 좋게라는 표현은 코로나로 인해 모임을 자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무의 일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전 총무를 맡았던 형(난 직장 내에서 친한 몇몇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이 나를 새 총무로 지목하면서 K역 총무를 시작했다.
K역 모임 구성인원은 퇴직자 1명, 현장 근무 4명, 본사 근무 4명으로 이뤄져 있다.
모임 시작에는 구심점인 K역 역장이 있었다. 그는 한 직원에게 모임을 만들라 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지금 모임에서 역장은 어디 있는가?
그는 한 번도 회비를 내지 않았다. 첫 시작부터 잘못됐다.
그는 가장 많은 혜택을 보았다. 각종 경조사를 회원들로부터 챙겨 받았다.
퇴직 후 본인이 키우는 농산물을 회원들에게 팔았다.
농산물의 상태는 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상품을 판단 말인가.
두 번을 도의적으로 사줬다. 세 번째 부탁이 들어왔다.
난 모임방에 설문조사를 하고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후로 그에게 연락이 없었다.
이 쓸쓸함이 뭘까.
난 6개월에 한 번씩 회비를 정리했다. 그렇게 자동이체를 말해도 끝까지 안 하는 두 명이 있다.
(저 둘은 나중에 모임유지에 투표를 했다.)
전 총무였던 형이 회비를 몇 달치 납부를 하지 않아서 연락을 했다.
"형, 잘 지내죠? 회비가 몇 달 밀렸네요. 흐흐"
"코와붕가씨, 나 이제 모임에서 빠지려고.."
"에이.. 농담 좀 하지 마쇼."
"진짜야. 내 개인 시간을 가지려고."
"....."
몇 년간 모임을 성실하게 운영해 왔던 사람이기에 놀랐다.
며칠 후 다른 회원에게 전화가 왔다.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5:4로 모임유지로 결정 났다.
이후, 모임을 가졌고, 새로운 총무를 뽑았다.
새 총무는 모임 해체에 반대했던 퇴직 선배로 결정했다.
K역 모임은 다시 제자리로 왔다.
새롭게 출발한 모임을 응원했다.
지금 전보다 못한 모임이 돼 가고 있다.
오랜만에 방에 들어가 보니 벌써 한 명이 방에서 나간 걸 확인했다.
실수일까? 아닐 것이다.
허울뿐인 모임에 나가고 싶다. 회비 정산만 해 주면 바로 나갈 사람이 여럿 있다.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왜 모임을 유지하고 싶은 것일까?
어쩌다 오는 단체방 메시지를 확인해 본다.
본사에 있는 회원 승진했다는 축하 메시지다.
형식적인 축하 아이콘을 날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