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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Jan 14. 2021

병간호

문득 너의 병간호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땀이 범벅이 된 너의 이마를 찬 수건으로 훔치고

미지근해진 수건을 찬물로 다시 빨고

시린 손을 잡아주는 너는 나에게 눈으로만 기특하다고 말해준다


속초로 떠났던 휴가를 떠올리며

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땀을 닦아 낸 너의 이마는

참 기특하다


네가 잠들 때를 기다리고

네가 깨어날 때를 기다리고

네가 밥 먹기를 기다리고

네가 다시 눕기를 기다리고


네가 누울 자리를 살피고

네가 먹을 밥을 차리고

네가 먹은 자리를 치우고

찬 물로 네가 먹었던 그릇을 씻는다


너는 혼곤히 잠이 들어 눈을 감고

낯선 곳에서 

나를 다시 만났던 

어느 순간을 꿈꾸는 것 같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너를 쓰다듬었다

너는 눈을 쉽게 뜨지 못한다


너는 아픈 순간에 내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다

내 사랑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너의 곁에 있는다

너의 외면에 잠시 익숙해진다


너의 젖은 이불을 걱정하는 나를 바라본다

젖은 이불에서 너를 어떻게 꺼낼지

고민하는 내가 고민스럽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는 네가 밉다


어떤 시절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너의 아픈 시절을 떠올린다

네가 나를 잊은 눈빛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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