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섹스는 자해 행위다
억지로 한 곳에 모인 피를
타인의 내부에 넣고 빼며 상처를 주고 받을 뿐이다
어느 주말 달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눈물을 흘리진 않을 것이다
땀처럼 끈적한 비를 맞는 일이면 족한다
비처럼 내리는 땀을 닦으며
후텁지근한 나의 그늘로
뜨거워진 몸을 감춘다
반복적이고 기나긴 자해행위 끝에
마음에 남은 상처는
자기 위로처럼 생겼다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을 지나치듯이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알아보듯이
불이 붙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처럼
나무 껍질을 들여다보면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향기처럼
비참함과 한 몸이 된다
비참과 덜 비참을 구분할 수 없게된 내가
쏟아지는 욕망을 피하지 않는 것처럼
딱 한 잔만 더 먹자고 애원했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