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치마를 흔드는 바람이
내 셔츠 깃으로 파고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바람
알면서도 방치한 실망이
사소하게 내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왜 나를 미워해
몇시간째 뜨거운 통화를 마치고
출근한 너를 기다리는 일이
불행이라면
너의 헤픈 웃음은
참된 기쁨이었다
허상아 넌 기쁨이다
매일 내 품을 파고드는 무더위처럼
뜨거운 기쁨이고
너의 부재는
발광해도 피할 수 없는 소나기다
10년을 기다린 이별통보처럼
피할 수 없는 기쁨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어느 여름 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