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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Jul 17. 2021

여름, 베란다

너의 치마를 흔드는 바람이

내 셔츠 깃으로 파고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바람

알면서도 방치한 실망이

사소하게 내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왜 나를 미워해

몇시간째 뜨거운 통화를 마치고

출근한 너를 기다리는 일이

불행이라면

너의 헤픈 웃음은

참된 기쁨이었다


허상아 넌 기쁨이다

매일 내 품을 파고드는 무더위처럼

뜨거운 기쁨이고

너의 부재는

발광해도 피할 수 없는 소나기다

10년을 기다린 이별통보처럼

피할 수 없는 기쁨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어느 여름 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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