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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경 Aug 09. 2020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일'

타인에 대한 의식을 줄여나가는 연습

#나도 작가다 공모전 #나를나답게하는것   #나를 사랑하는 일

 

  표현은 잘 하지 않지만 속내가 깊은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나를 나답게 해주는게 뭔 거 같아? 당신 말고, 나?’ 한참 후에 돌아온 대답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는 거’.    

 

  평소 내가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때론 난 나를 좋게 평가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평소 자기검열이 심한 난 어둠이 내리면 어김없이 하루를 보내며 있었던 불편했던 행동과 감정들을 떠올리곤 했다. 남들의 평가를 생각하는 순간  내 실수는 소름끼칠 만큼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내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아마도 태어나서 불혹을 넘긴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이 질문을 쉬이 놓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결정과 선택을 하며 산다. 아침식사를 먹을지 말지, 머리를 감을지 양치부터 할지, 믹스커피를 마실지 블랙커피를 마실지, 삼겹살을 먹을지 목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자장면을 먹을지,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일을 할 때의 중요한 결정까지 매순간이 선택이다. 선택을 할 때 나에게 이로운지, 내 조직에 이로운지, 공익을 위한 것인지 등을 생각하며 판단을 한다. 이 모든 선택의 과정에서 가치판단을 해야 하고 그 가치가 어떤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십대와 삼십대의 나는 소신껏 의견을 말하고 솔직한 당당한 커리어우먼 이었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서 세상의 눈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나를 더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런 내를 떠올릴 때면 마음이 울적하다.       


 나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살면서 배우고 터득한 가치들, 부모님에게서 배운 것, 학교에서 배운 것, 친구에게 배운 삶의 가치들이 매 순간의 선택에 깃들여지기 마련이다. 그 가치들이 다른 사람들, 곧 외부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자기반성은 꼭 필요하다. 자기반성을 하되, 자학을 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 밀려오는 어둠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다운 나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위로’가 필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동물이고, 실수 할 수 있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이 말을 들으면 나에 대해 한 없이 관대해진다. 내가 실수하는 것처럼 상대도 실수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선배 한분이 내게 한말이 떠오른다. ‘저 사람은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굴러가는 것 같아’. 그 말을 들었을 때 혹 나는 그렇지 않은지 생각했다. 그렇게 살면 안 되는걸 알았던 순간이랄까?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그 진리를 피해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대한 평가를 받는 간디도 자서전에서 자신의 실수를 고백했다.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가치가 있고, 나도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부자든 가난하든, 배운 사람이든 배우지 않는 사람이든 그 누구에게서도 배울 점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인간관계에서 큰 자유를 느꼈다.      


 한 달 전쯤 서점에 갔다가 제목이 땡겨서 읽게 된 책 김상현 작가의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를 읽었다. 그중에 내마음과 꼭 같은 글귀가 있었다. 

‘외모는 그럭저럭, 재능은 뛰어난 것도 아닌, 말은 많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또 사람에게 상처도 많이 받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미련을 가지며, 부러워하는 것들이 참 많고, 하고 싶은 것들 역시 많다. 가끔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또 가끔 일을 크게 벌여놓곤 한다. 그냥 이건 모두 나일뿐.

허나 이런 모습을 싫어한 적이 있다. 뭐 하나 특출 난 게 없다는 생각에 나를 미워했다. 나는 그 자리 그대로 눈부시도록 빛나고 있었는데, 나에게 집중하는 못한 나는 나를 미워했다. 

그렇다고 나를 미워한 시절을 미워하진 않는다. 지금이라도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난 앞으로도 꾸준하게 빛날 것이고 아름다울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잘해낼 테니 부끄러워하지 말자. 모두 나의 일이었고 나의 선택이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이 나였고, 다가올 모든 순간 역시 나일 것이다. 언제나 모든 순간은 나를 위한 것, 이 모든 건 나의 것, 그러니 지금을 맘껏 쓰길. 그래서 내가 찾게 되는 것들이 아무렴, 행복이길’.     


살아온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나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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