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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Jan 25. 2024

귓가에 사는 소란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

P는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모국어로 많은 말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

P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늘 묻곤 했다.

넌 어떤 쪽이야?



말이란 건 터지기 직전의 비눗방울 같다고 했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툭 하고 터져버리는 투명한 비눗방울

P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관찰하는데 몰두하느라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고도 했다.


누구도 단어 하나하나에 골몰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P는 생경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그리고선

사랑이라는 단어에 사랑이 없어도

슬픔이라는 단어에 슬픔이 빠져도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연습했다.


P의 귓가엔 소란이 살았다.

여기는 너무 시끄러워

귀를 막고 조용히 중얼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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