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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Jan 24. 2024

지진포비아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

J는 매일 아침 일어나 10분간 의자에 앉아 있는다.

땅이 흔들리는지 확인한 후 하루를 시작한다.

모든 것은 땅 위에 서 있다.


그러니까 땅은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머물러야 한다.

땅은 세계다.

세계가 흔들린다면 땅을 믿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사랑하는 그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땅이 갈라지거나 흔들리는 일은

J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때론 비에 젖어 질척하고

가뭄이 들어 메마를 수는 있겠지만.

J는 넘어져도 괜찮을 땅을 생각한다.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걸어가도

무심하게 발 밑을 지탱해 줄 땅을.


오래전에 J는 그 땅이

단단하고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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