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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Jan 25. 2024

가벼운 신파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

그 애는  자신의 아픔을 과시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자기가 지고 갈 짐이 특별히 무겁지도

특별히 가볍지도 않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 묵묵히 짐을 지고 걸어갔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유해하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디고

취할 수 있을 때까지 취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끝이 없는 건 없으니까

흔한 고통도 흔한 불행도

처음부터 끝까지 활활 타오를 순 없을 테니까.

값싼 동정과 연민을 담은 신파는

그 애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였다.




그 애를 취하게 하는 건

술이 아니라

그 애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그 애를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불우한 환경에서 불우하게 자랐다는 흔한 이야기에는

반전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

평범한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랐다는 흔한 이야기에도

반전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



그 애는 견디는 걸 잘해.

쌍욕을 견디고

발길질을 견디고

모욕을 견디는 법을 배웠지.

자신의 불우는 가벼운 불우로 여기는 법을

모두가 각자의 불행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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