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물고기 Jan 26. 2024

처음이라 그랬어

육아 에세이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을 때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첫째가 말했다.

“엄마, 왜 oo 이한테는 화 안내? 내가 잘 모를 때는

엄청 화냈잖아~“이러는 것이다.

색연필로 꾹꾹 종이를 누르다 부러뜨리고,

문제집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던

부끄러운 과거의 내가 소환되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채

“그때는 엄마도 초보엄마여서 그랬어.

그리고 아무래도 네가 첫째라 그만큼 기대가 더 컸었나 봐~“라고 대답했다.

수긍할만한 답변을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찰나

첫째는 좀 더 억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뭐야, 그럼 나는 실험대상이었던 거야?”


물론 실험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른 살 가까이 차이 나는 어린이에게

처음이라 그랬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납득시켜보고자 했던 나는 그저 머쓱했다.

어른답게, 엄마답게, 성숙한 30대의 여성답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어른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말과 행동으로 무심코 주었던 상처를 마치 없던 것처럼

무마하거나 민망한 나머지 오히려 큰소리치지 않기로

그 정도의 품격은 갖춘 엄마가 되기로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가벼운 신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