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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Jan 29. 2024

우아한 엄마는 실재한가요?

육아 에세이

나의 꿈은 우아한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차근차근 말하고 아이의 자람을 우아하게 지켜보는 것.

그것은 정녕 꿈에 불과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엄마인 사람들은

주로 돈 잘 버는 커리어우먼이거나 상류층이라

기본적으로 아이의 스케줄과 케어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세련된 옷차림으로 한 번씩 아이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거나

실크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잠들기 직전의 아이에게 굿나잇뽀뽀를 하는 우아한 모습.


그렇다. 그 우아한 엄마는 될 수가 없었다.

드라마를 바탕으로 추정컨대 우아한 엄마가 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1차적으로 아이의 케어와 스케줄을 담당해 주는

고정적인 제3의 인물

둘째, 제3의 인물을 고용할만한 경제력

셋째, 아이를 잠깐씩만 보기

넷째,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과도한 의미 부여하지 않기

와 같은 것들이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나는

이번 생에 우아한 엄마가 되기는 글렀다.

한번은 첫째 아들이 수학학원에 가면서

교재가 들지 않은 빈 가방을 메고 갔다.

집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교재를 들고 뒤따라가

눈 쌓인 길에 교재를 던져버렸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단순한 제 물건도 챙겨가지 못하는

모습에 정말 중요한 곳에 꼭 필요한 물건을 못 챙겨서

벌어질 앞으로의 난관들이 그려졌던 걸까.

과잉해석과 성급한 일반화라는 것을 알지만 화가 났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수학학원에 가는 날.

서재에서 책을 보고 있던 나는 학원 잘 다녀오라고

방에서 이야기했다.

교재는 가방에 들어있었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분 뒤 학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OO이가, 학원에 와서는 선생님, 제가 가방을 안 메고

왔나요? “라고 물었다고.

설마 가방 자체를 안 메고 갈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아이를 바꿔주셨고, 나는 차마 선생님 폰이라 본색을 드러낼 순 없어 화를 꾹꾹 겨우 누르며 “집에 와서 가방 가져가”라고 말하고 툭 끊었다.


하…..

자기 물건 잘 챙기고

먹은 과자 쓰레기는 바로 치우고

공부가 끝나고 나올 땐 방 불을 끄고

신발은 구겨신지 말고

문제는 대충 읽지 말고

의자에 허리펴고 앉고

등등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에 관해 잔소리를 하다가

한 번씩 아니 여러 번씩 티라노사우르스(아들의 표현)가

되곤 한다.


아들들아, 엄마도 우아한 엄마가 되고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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