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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Mar 20. 2024

예의

교실 이야기

올해는 4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급식실에서 반 아이들과 밥을 먹는데

캐나다에서 1년 살다 온 지민이가 

"선생님, 결혼하셨어요?"라고 묻는다.

내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옆에 앉아있던 지수가 대신 받아친다.

"야, 그런 거 묻는 거 예의 없는 거야~"

그러자 지민이가 쿨하게

"그래? 캐나다에서는 선생님이 재혼한 것도 막 말해주고 그러는데?"

라고 말하곤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고민할 찰나 '예의'라는 이름으로

나의 답을 대신한 지수에게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 책으로 나올 만큼

무례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열한 살 아이의

예의를 지키려는 마음이 참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무례한 어른들은 자신이 무례한지 모른다.

예의에 대해서 배웠어도 그렇다.

아이들은 정말 몰라서 

솔직함과 호기심으로 인해 무례하지만

예의라는 것에 대해 배운 아이들은

정말 그걸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일수록

실은 지키기 어렵다.

아이들은 몰라서라고 할 수 있지만

어른들은 몰라서라고 할 수 없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쿨함을 가장해서

무례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등장인물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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