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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Mar 22. 2024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일상 에세이

이번주 화요일 요양병원에 계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1927년에 태어난 할머니는 이제

작은 상자에 담긴 가루가 되었다.

누군가는 오래 사셨다고 혹은

살만큼 살았다고 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다.

어린 시절 할머니 품에서 잠들던 순간의

그 따뜻한 촉감과 내음이

아직도 코끝과 손끝에 느껴지는 듯한데

이제 할머니는 없다.


슬픔과는 별개로 화장터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은행처럼

화장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줄을 이었다.

1번 손님 화장, 2번 손님 화장, 다음 손님 화장…

간간이 들리는 울음소리, 찬송가 부르는 소리

아직도 할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다.

할머니는 내 기억 속에 마음속에 살아있다.

지금은 할머니지만 앞으로는 부모님, 지인, 친구 등등의

죽음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많은 죽음을 맞이해도 무뎌지지는 않을 것 같다.

새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걸까.

더 많은 슬픔과 죽음을 견뎌내면서

허들처럼 넘기며 일상을 살아내는 일

할머니가 예뻐하던 손녀는

열심히 살아볼게요.

하늘에서 다시 만나요.

이제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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