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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May 23. 2024

운수 좋은 날

일상 에세이

학원을 다녀온 첫째가 들뜬 목소리로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엄마, 나 오늘 엄청 운 좋은 날이야~!

우리 학교에 네잎클로버 무늬 있는 식판이 전교에 두 개밖에 없는데 어제랑 오늘 이틀 연속 그 식판 집었어~!

그리고 수학학원에서 사탕을 골랐는데 보통 한 봉지에 한 개가 들어있잖아~ 근데 두 개나 들어 있는 거야~!

그래서 엄청 기분 좋아~"


한껏 신난 목소리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운 좋은 아이라는 듯

어쩌면 이렇게 하찮고 사소한 일로 운이 좋다 칭하고 

기분 좋은 날이 될 수 있는 걸까


어른이 되면

두 개나 들어있는 사탕봉지와, 

네잎클로버 무늬가 찍힌 식판쯤은

기분을 들뜨게 할 수 없을 텐데 


무해한 낙관성은 그런 생각을 가진 어른마저

괜히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라는 곰돌이 푸우의 대사처럼


점점 행복의 역치가 높아져서

점점 더 행복을 찾을 수 없다

행복의 역치를 낮춘다면

지금 당장

출렁거리는 기쁨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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