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학원을 다녀온 첫째가 들뜬 목소리로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엄마, 나 오늘 엄청 운 좋은 날이야~!
우리 학교에 네잎클로버 무늬 있는 식판이 전교에 두 개밖에 없는데 어제랑 오늘 이틀 연속 그 식판 집었어~!
그리고 수학학원에서 사탕을 골랐는데 보통 한 봉지에 한 개가 들어있잖아~ 근데 두 개나 들어 있는 거야~!
그래서 엄청 기분 좋아~"
한껏 신난 목소리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운 좋은 아이라는 듯
어쩌면 이렇게 하찮고 사소한 일로 운이 좋다 칭하고
기분 좋은 날이 될 수 있는 걸까
어른이 되면
두 개나 들어있는 사탕봉지와,
네잎클로버 무늬가 찍힌 식판쯤은
기분을 들뜨게 할 수 없을 텐데
무해한 낙관성은 그런 생각을 가진 어른마저
괜히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라는 곰돌이 푸우의 대사처럼
점점 행복의 역치가 높아져서
점점 더 행복을 찾을 수 없다
행복의 역치를 낮춘다면
지금 당장
출렁거리는 기쁨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