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와 헤어지고 하는 것
만약에로 시작하는 것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하는 것
이별 노래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하는 것
가슴 한구석이 시려오는 것
차곡차곡 쌓이다가
해일처럼 몰려오는 것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흩어지는 걱
너를 만나고 하는 것
온갖 흑역사의 시작이자
밤을 새우게 하는 각성제
아무도 모르게 지우고 싶은 것
지우고도 흉터가 남는 것
너와 내가 매일 하는 것
언제나 한걸음 늦는 것
뒤돌아보면 자꾸 짙어지는 것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
자꾸만 길어지는 것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는 것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아프고 거슬리는 것
삼키고 싶어도 삼켜지지 않는 것
모래 위 발자국처럼
비가 오면 더 선명해지는 것
마르지 않는 잉크자국 같은 것
꿈 공장의 주재료이자
국적이 없는 것
자꾸만 보고 싶은 얼굴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