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오늘은 화려하지 않은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결혼 전 상당히 열정적인 연애를 즐겼다. 이번 사랑이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늘 최선을 다하는 연애 모범생이었다. 기념일에 각종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아했다. 연애하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실현해 보기도 했다. 아주 많은 연애는 아니었지만 매번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연애를 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은 잔잔한 호수보다는 몰아치는 폭풍우에 가까웠고 무채색이 아닌 선명한 원색이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덧 한 남자와 결혼한 지 만으로 10년이 넘었다. 결혼 생활은 당연히 연애와는 달랐다. 연애초기처럼 심장이 그렇게 뛰면 심장마비로 오래 못 산다는 농담이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스릴은 없고 보이고 싶은 대로 꾸며진 나의 모습도 없다. 날 것의 삶이란 그리 아름답지는 않아서 결혼 10년은 정돈되지 않은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주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어느 날 남편이 아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그건 엄마가 싫대~ 엄마가 싫어하는 건 절대 하면 안 돼". 나는 이 멘트가 지금껏 큰 싸움 없이 결혼생활이라는 여객선을 순항하게 해 준 치트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이벤트도 할 줄 모르고 달콤한 말을 매일 쏟아내지는 않지만 내가 싫어하는 건 안 하려는 그 마음이 나에겐 어떤 사랑 고백보다 따뜻했다.
사랑의 맛은 새콤달콤한 줄 알았던 때가 있다. 갓 잡은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심장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기념일의 꽃다발과 달달한 멘트가 사랑인 줄 알았던 때가. 그런데 지금은 알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나를 알아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조용하고 넓은 품 또한 사랑이라는 걸 말이다. 사랑은 발효식품과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다른 향과 맛을 낸다. 앞으로 10년이 또 지나면 사랑은 어떤 의미로 내게 다가올까? 이 남자가 오래 내 곁에 머물기를. 마지막 사랑이 되기를 진심을 다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