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초등학교 시절 수업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날이
있었다.직장을 다니던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우산을
가지고 교문 앞으로 마중 나오지 못했다.
나는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걷다가 뛰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눈물이 찔끔 났는데 그때의 감정이
서러움이었는지 화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뒤섞인 감정이었을 것이다.
비를 덜 맞기 위해 뛰다가 점점 옷이 젖고 나중엔
굳이 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걸었다.
마음이 왠지 편안했다.
어차피 젖었으니 더 젖어도 같은 상황이었다.
인생도 5월의 하늘처럼 맑은 날만 계속될 수는 없다.
매일 아침 날씨 어플을 보고 미리 우산을 준비하는 삶을
살지만 때로는 미처 날씨를 확인해지 못했거나 예보가
잘못되어 예상치 못한 비를 맞기도 한다.
그 비를 맞고 싶지 않다고 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사거나,
차양이 있는 상점 앞으로 가서 잠시 피하거나,
그대로 비를 맞고 걸어가는 경우의 수가 있다.
비를 맞고 싶지 않지만 내 인생에 가끔 예보에 없는
비가 내릴 때면 초등학교 때 그 기억을 떠올려본다.
비에 이미 젖은 자는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때로는 비가 오기 전에 울고 싶은 마음이 될 때
같이 울어주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