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로

일상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요즘은 아이들의 마음을 굉장히 귀하게 여기는 시대이다.

각종 육아프로그램 및 육아서에서는 아이의 마음 챙김과

부모의 말의 중요성을 설전하며 아이의 정서와 자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한다.



나는 최초의 세계인 엄마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듣고 머리채를 잡히고 감정으로 휘둘러지는 손과 빗자루

등에 의해 신체적 폭력을 겪으며 자라났다.

까다롭고 어렵고 무서운 엄마 덕인지 유순한 아빠의

유전자를 조금 타고나서인지 나는 그 흔한 사춘기로 부모를 힘들게 하거나 하는 일도 없이 그저 스무 살이 되어 집을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공부에 매진하며 10대를 보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로 대학교를 가게 되어 꿈에 그리던

‘독립'을 했고, 원가족에서 물리적으로나마 거리를 둔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는 아이에게 최초의 세계이자

우주와도 같은 존재이다.

가장 사랑하는 대상인 동시에 가장 두려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엄마를 증오한 적도, 두려워한 날들도, 폭발하는 화에

재가 될까 불안한 날들도 셀 수 없이 없이 많다.

하지만 해가 강하면 그림자도 짙듯이 인생은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한 몸이다.

엄마 덕에 나는 욕이 얼마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모욕감을 주는 것인지 알게 되어 10대에도

절대 욕을 입에 담지 않았으며

하루빨리 집을 나서 서울로 상경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였고

어린 시절의 결핍된 자아가 다 큰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며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유형의 힘든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요즘의 엄마들은 아이를 '잘'키우는 것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반성하고 이미 아이에게 저질러버린 과거의 실수 또는 잘못으로 아이의 정서와 자람에 악수를 둔 것은

아닐까 되새긴다.



하지만 나는 쌍욕과 신체적 폭력에 지배되지 않고

더 단단하고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날들을 견디고

삶과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나의 환경이 결코 결핍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화목하고 화기애애하고 공감의 대화가 가득한

집에서 자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거친 환경이 모든 사람을 거칠고 황폐하고

만드는 것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생각하고, 반성하고, 더 나은 우주가 되기 위해

애쓰는 그 마음만으로 아이는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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