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얼마 전 둘째에게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었다.
그림책에서는 블루 팀 VS레드 팀으로 야구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2:0으로 블루 팀이 이기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아이가 "엄마는 무슨 팀 할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이미 이기고 있던 '블루 팀'을 선택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주저 없이 "나는 레드 팀!"이라고 말했다.
"왜? 블루 팀이 이기고 있잖아."라고 의아해하며 묻자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지고 있는 팀 응원해주고 싶어서."
순간 아이의 대답에 뇌가 잠시 멈추는 듯했다.
경쟁심이 많고 승부욕 또한 넘치던 나는 언제나 '이기는'쪽을 택하고 '이기기로'
다짐하는 삶을 살았다.
세월이 흘러 철이 든 후에, 어른이 된 후에는 무조건 '이기는' 삶은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여전히 '지는 팀'에 속하거나 지지하고픈 마음은 별로 없었나 보다.
가끔, 아니 자주 나는 아이로부터 배우고 나의 세계가 확장된다.
평면적인 나의 세계에 '아이'라는 태풍이 휘몰아쳐서 나의 세계가 뒤집히고 입체성을 띠게 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데미안에서의 이 문구가 의미하는 결은 조금 다르지만 가끔은 아이를 통해 견고한 껍질로 덮여 있던 나의 세계는 파지직 부서지고 또 다른 세계로 나가는 느낌이다.
솔직히, 그 그림책의 결말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지고 있으니까' '그 팀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그 팀을 선택한 아이의 마음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 방황하는 청소년기가 되거나,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른이 된다면
이 이야기를 꼭 말해주고 싶다.
너는 이렇게 따뜻한 아이였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라면 무슨 일을 겪든 누구를 만나든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