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대한 애도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by 무지개물고기

무언가 쏟아졌다

바닥에 뭉개진 게


두부였는지

하루 목숨이었는지

크레인에서 떨어진

인부였는지

의뭉스러운

검은 미소였나


부드럽고 둥글고

따뜻한 것들은

스러지거나

짓밟힌다 봉지는

얇아서 언제든

찢길 수 있다


거뭇한 얼굴을

이리저리 찡그리면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담을 수 없을 때까지

덜렁덜렁 손목에

매달려간다


고속도로 위

봉지가 바람을 타고

훌훌 날고 있다

여느 때보다 자유롭게

터진 가슴 사이로

숨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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