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피소드
어느 날 아들에게 책을 왜 읽는 걸까?라고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했다. "희망을 줘요."
책을 읽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간단한 아들의 대답을 곱씹어 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주로 지식을 얻기 위한 책 보다 이야기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책은 분명 희망을 준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심해에서 빛을 내는 초롱아귀처럼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다는 것.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도 옅어지고 흔적을 안은 채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
깊은 슬픔과 무의미함 속을 유영한 후에서야 솟아나는 삶에 대한 애정 같은 것.
당장 죽을 것 같아도 결국은 살아지는.
진부하고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 같은 것.
또는 그 반대의 특별함 같은 것.
모두가 자기 몫의 슬픔을 지고 산다는 연대감 같은 것. 그런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