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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Dec 29. 2023

파랑 오리-릴리아 지음

그림책 이야기

엄마, 이곳 기억해요?

엄마랑 나랑

처음 만났던 바로 그 파란 연못.......


가을의 어느 날 파랑오리는 우연히 혼자 울고 있는

아기 악어를 발견합니다.

아무리 찾아도 엄마 악어는 나타나지 않았고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아기 악어를 보살피게 됩니다.


파랑 오리는 아기 악어를 늘 지켜 주고

수영하는 법도 가르쳐 주었지요.

아기 악어가 다 자라자

파랑 오리는 조금씩 기억을 잃기 시작했어요.


악어는 파랑오리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었습니다.


악어는 파랑 오리를 추억이 서린 장소에 데려다주고

엄마를 사랑한다고 지켜주겠다고 말해줍니다.


<파랑 오리>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핑 돈다.

아기 악어는 홀로 세상에 있었다.

파랑 오리가 악어를 거두어 먹이고, 재우고,

수영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악어는 어떻게 되었을까?

파랑 오리는 악어에게 생존 그 이상의 것을 준다.

'사랑'이라는 것.

점점 커가는 악어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행복해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가슴에 품은 사랑이다.

누군가에게 넘치듯 받은 사랑은 흐르지 않고

가슴속 어딘가에 머물러있다.

그리고 받았던 그 사랑을 다시 누군가에게 흘려보낸다.


악어는 기억을 잃어가는 파랑 오리에게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흠뻑 다시 되돌려준다.

좋아했던 장소에 데려가고,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긴다.

말하지 않아도 악어는 파랑오리가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향기를 모두 알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신적 형벌이 아닐까?

나와 가까운 관계에 대한 인식조차 흐려진다면

나에 대한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기억을 잃어갈지라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대로 나일 수 있다는 것.

메모리칩이 없어도 끝까지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누군가의 사랑이라는 것.

기억은 기억일 뿐이다.


나도 언젠가 파랑오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파랑오리가 되기 전에 아기악어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쏟아야겠다.

기억을 잃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거라고 미리 말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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