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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Jan 03. 2018

#47 메리지 블루일까, 합리적 고민일까.

-결혼이 주는 두려움과 맞서기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결혼식을 앞두고 컨디션이 일정치 못하다. 알기 쉬운 예로 수능을 앞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은 지난 뒤의 희망이 있고, 결혼은 그 후가 미지의 세계라는 점만 다르다. 아니, 어쩌면 스무살을 앞두고 가졌던 두려움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은 점점 더 나의 얼마 남지 않은 결혼식에 대해 말한다. 그럴 때면 설렘 가득한 예비신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까지 들지만, 결혼은 현실인 걸 어쩌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늘 좋으리라는 법도 없다.

사람은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큰 존재다. 그러나, 며느리가 된다는 것, 아내가 된다는 것, 나아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해받을 존재이기 보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역할이 강하지 않은가. 나는 이런저런 사실을 따져보며 뒤늦게 똑똑한 척을 해댄다. 어쨌거나 내가 선택한 일인것을. 

처음엔 누구나 다하는 결혼을 하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갈 뿐이다. 앞으로는 더 이상 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쓰지는 못할 것이다. 양가 어른들을 싹싹하게 챙기지 못하거나 남편과 다정한 관게를 유지하지 못하면 마음에는 작은 죄책감이라도 남을 것이고, 제 역할을 해야한다는 흐릿한 역할의식에 빠질 것이다.

결혼 축하를 받으면 잠시 이것이 축하받을 일인지를 고민하는 나는 너무 부정적이거나 염세적이거나 허무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일 수 있다. 이러다 막상 결혼을 하면 신혼의 단 꿈에 정신차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메리지 블루를 겪는 사람인 양 보인다. 

다만 나는 알고 있다. 나라는 사람에게 결혼이라는 상태의 변화는 내가 한 가정을 경영할 수 있는 자유를 주지만 또다른 고정관념의 대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자유에 가까워지고 싶은 열망에서 조금 후퇴하는 느낌도 들지만, 나의 이상이 현실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적응해 나가야 한다.

최근 나는 결혼의 부정적인 측면을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집 위층에 살던 세쌍둥이 부부는 결국 이혼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결과보다는 그 부부의 그동안 팍팍했던 삶이 신경쓰인다. 슬픈 것은 그것이 무척 보편적인 사례라는 사실이다. 요즘 다시 본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도 케이트윈슬렛의 모습에 공감하며 또 나의 미래가 걱정됐다.(꿈을 이루지 못하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던 케이트는 결국 스스로 파멸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고, 그녀의 사고에서 잘못된 점을 나는 찾지 못했다.)  

누구나 저마다의 꿈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것이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관문에서 무너지는 현실을 나는 겪고 싶지 않다. 아직 형체를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이 빛을 보지 못하고 도태되지 않도록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지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에 등 돌린다는 말은 아니다.

소중한 인연과 뜻 깊은 결혼, 이것이 나를 이리 헷갈리게 할 줄 몰랐다면 거짓이다. 어찌됐든 이 모든 것은 나의 의지였으며 받아들여야 한다. 욕심이라면 욕심이고, 바람이라면 바람인 이상을 내 안에 두며 혼자만의 갈등은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것이다. 

자꾸만 멈추고 싶은 시간을 진행시키고,
숨고 싶던 자아를 당당히 하고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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