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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May 31. 2023

오늘도 나는 친절을 마셨다.

전지적 사업가 시점

   아이들의 등교 준비가 끝나면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모셔다 드리는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데, 자정이 넘어서 잠에 드는 날 아침은 꼭 달달구리한 커피가 생각난다. 이런 날에는 마지막 경유지가 하나 더 늘어난다. 바로 스타벅스 DT이다. 마침 지난달, 집에서 3분 거리에 스타벅스 DT(drive-through) 매장이 생겼다. 

  '와, 이제 스타벅스 커피 마시러 20분씩 갈 일도, U턴을 할 일도 없겠구나.'

  DT에 들어서면 통통 튀는 반가운 음성이 먼저 반긴다.


'모두다이뤘다'고객님,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신 음료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동해 주세요.

  

  오늘처럼 몹시 피곤한 날에는 '바닐라 스타벅스 더블샷'이 나의 하루의 활력을 책임진다. 

  드디어 주문한 음료를 받을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정말 멋져요!
오늘도 모두 다 이루세요.


  스타벅스를 다닌 지도 꽤 되었지만 직원들의 건네는 닉네임 칭찬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두 눈에 하트를 콕 박고 처음 보는 나에게 진심으로 말을 건넸다. 나도 평소보다 더 입꼬리를 올려 그녀의 매일도 '모두 다 이룬' 시간이 되기를 빈다고 화답했다.

  비록 스치듯 만나는 드라이브 쓰루 고객이지만 짧은 몇 초에도 진심을 담아내는 그녀를 채용한 이곳의 대표가 궁금해졌다. 






  어제는 여름도 아닌데 장마처럼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부터 날이 개기 시작했다. 딱히 마시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힘이 솟을 것 같은 아침이었다. 마침 음료 12잔을 마시면 쌓이는 무료쿠폰이 온 것도 있었다. 


'모두다이뤘다'고객님,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신 음료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동해 주세요.

   

  오늘도 모두 다 이루길 축복해 주는 그녀가 있을까? 음료 픽업대는 바로 코앞이지만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쉽게 오늘은 다른 직원이 아침 근무 중이었다.


 고객님, 이렇게 마시면 맛있어요?
저도 이렇게 마셔보고 싶어요.

  

  도대체 이게 뭐람!

  이 매장의 대표는 어떤 인복을 가졌길래 이토록 상큼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직원으로 모셨을까? 그녀의 친절은 그녀와 그녀의 직장에 더 친절한 고객으로 기억되고 싶게 했다.


  저도 처음 마셔봐요. 제가 지금 한 번 맛을 볼까요?


  10초 전 처음으로 말을 나눴고, 1초 전 처음으로 얼굴을 본 그녀 앞에서 돔뚜껑을 열어 캐러멜을 올린 휘핑크림을 맛보았고, (당연한 맛이지만) 달달구리에 녹아내린 눈웃음으로 대답을 했다.


  딱히 커피가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친절을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되면 우리가 친절해지는 이유는 외롭게 잠을 잤기 때문이야.

                                                                         - 김행숙, <네 이웃의 잠을 사랑하라>

 




  무지개인(공)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정한 독자님, 오늘 아침에 제가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커피와 퍼스널 옵션을 공유합니다.

  '아이스 블론드 바닐라 더블 샷 마키아또 + 일반휘핑(많이) + 캐러멜드리즐 + 돔리드 변경'입니다.

  너무 길죠? 저도 못 외워요^^


모두 다 이뤘다 @무지개인간


  

모두 다 이뤘다 @무지개인간



  달달한 아침이 필요했는지 이렇게 달달한 조합으로도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스타벅스 한라수목원 DT 직원과 나눈 대화에 참 행복한 모닝커피 시간을 가졌습니다.


  월급생활자로만 살다가 제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그리고 많이) 들은 조언은 "사업가의 마인드를 갖추라."였습니다. 돈의 흐름에서 더하기와 빼기를 말한 것이라면 아직은 멀었지만, 사람과 상황을 통해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사업가의 마인드를 잘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제 글 속의 두 분이 보신다면 아침의 설레는 기분을 지켜주고, 친절을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제 글을 읽어주시는 다정한 독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6월에도 무지개인(공)간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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