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접어야 하나
어쩌다 요가를 시작해 2개월을 채웠다고 이야기하자마자 나의 요가 수업이 '강제'종료되었다.
"무지개 인간님,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 차 한 잔 하며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일요일 새벽 요가를 마치고 나서는 내게 몹시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대표님. 새벽 요가반 회원 모집이 잘 되지 않아 수업을 오늘부로 끝낸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새벽 요가반의 정규 회원은 3명이었다. 요가원 대표님의 아내와 나를 포함한 두 명의 유료회원. 게다가 지난달까지 잘 나오던 다른 회원이 5주 차에 갑자기 나오지 않으면서 나 역시 매 수업마다 출석에 진심을 담아, 책임감 있게 참석했다. 사정을 알기에 갑자기라 하더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좀 (몸을) 접어보려고 노력 중인데 (요가를) 접어야 하다니!'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쉬움 마음이 앞섰다. 워낙 운동 습관 만들기를 거부하는 몸이기에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졌다. 이제 막 몸을 쭉쭉 펴야 할 때 펴고, 쏙쏙 접어야 할 때 접으려고 노력하려는 시기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다른 요가원을 알아보고 계속 이어 할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새벽에 일어난다고 피곤했으니 이 기회에 쉬며 주말에는 늦잠도 자볼까 하는 갈등이 생겼다. 몸은 후자를 원하고, 마음은 전자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 빨리 요가원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동네 이름을 적고 요가원을 검색해 보니 요가원 2곳이 눈에 들어왔다. 타운하우스 언니에게 추천받은 적이 있는 A요가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숲 속 발리 요가원에 온 것 같다는 평이 마음을 끌었고, B요가원은 집에서 엄청나게 가깝고 20년이 넘게 수련을 해오신 정통 하타요가 선생님께서 운영하신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짚고 가자면 2개월 요린이(요가+어린이)는 '하타요가'가 뭔지 모른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찾아보았지만 '아쉬탕가', '빈야사' 등 어려운 단어만 더 알게 된 것 같다. (요가의 종류를 옮겨 적기에는 지식이 부족하니 검색해 보셔서 정확하게 깊게 알아보세요.)
월요일 저녁, 선택의 기울기가 어느 정도 잡혔다. 비록 새벽 5시 30분에 요가 수업이 있지만 집에서 가까운 B요가원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미리 요가원을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후기 사진에는 전문가 포스가 뚝뚝 흐르는 것과 지도자 과정을 들은 사람들의 후기가 많다는 것은 무척 부담되고 위축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집 바로 앞에 요가원이 있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이거나 인생의 새로운 열쇠를 얻을 일일 수 있으니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요가 초보인데 혹시 수업할 수 있을까요?"
"네?...... 배우려고 하는 마음만 있으면 수업할 수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황당한 질문에 당황한 목소리지만 곧 밝게 대답해주셨다.
"그럼 등록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수업 시간 10분 정도 전에 오시면 됩니다."
핑계 대고 싶은 것들이 생기며 게으름을 피우기 전 우선 가봐야겠다. 이제 곧(조만간) 나의 하루는 5시에 열리고 5시 30분이면 나의 새벽 요가 생활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얼떨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