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ros: '때'
2022년 11월 28일.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번 흘러 간 시간이기에 되돌릴 수 없으니 후회 없는 삶, 그것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 아침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의지로 시간이 마련해 둔 공간 '그때'에 머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생각의 물꼬가 트이면서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내가 끌어당기는 것일까, 운명처럼 만들어진 내 삶의 공간이 나를 열렬히 끌어당기고 내가 초대받는 것인가 궁금해졌다.
시간에 대한 생각이 바뀐 날 아침, 나의 꿈은 내가 끌어당기기도 하지만 '그때'라는 시공간이 나에게 열심히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기울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낸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미 마련되어 있는 내 삶이 축배를 건네며 그 꿈을 심어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을 받아들이는 삶, 한편으로는 수동적인 삶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원하고, 노력하는 만큼만 닿는 것. 나의 자유 의지에 따라 도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삶이기도 하다.
결국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에는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12월 2일.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날부터 평소보다 여유롭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일 기대되는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오늘 새벽에 일어난-인스타그램 계정이 로그인이 안 되는-불상사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다시 만들면 되니까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글과 애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속이 조금 쓰리긴 하다.
2022년 12월 3일.
결국 맞았다.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은 포기했지만, 나의 노력은 포기하지 않았더니 그때가 왔다. 갑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이 열렸다. 물론 이것은 아주 작소 사소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나는 확신하다. 큰 일을 맞이 했을 때도 여유롭자. 결국 카이로스에서 말하는 '때'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