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대로변 사철나무 밑에서 건설 노동자로 보이는 한 분이 누워 있었다. 무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잠시 쉬고 있는 것이었다.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해 보니 기온이 35도였다. 7월 초에 35도라니 놀랍다. 35도라는 숫자 대비 체감 온도는 40도를 넘는 느낌이다. 얼마나 덥고 힘들었으면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에 저렇게 누워 계실까. 시원한 생수 한 병 옆에 놔 드리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노라니 그늘에 누워 있던 건설 노동자의 모습이 생각났다. 난 에어컨 빵빵하게 튼 사무실에 앉아 편하게 일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뜨거운 열기를 마시며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럴 땐 소나기라도 한바탕 쏟아부어 주면 좋으련만 야속한 하늘은 비를 내려줄 생각은 없어 보이고, 바람 한 점 지나지 않는 도심 한복판은 모든 게 녹아내릴 것만 같이 뜨겁다.
기후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되어 버린 것일까. 내가 어릴 때 정도로만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미 데워질 대로 데워진 지구를 식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엔 더운 날씨가 10월까지 계속되다 보니 가로수가 단풍이 들지 않고 늦게까지 있다가 시들어 떨어지기도 했다. 어떤 나무는 견디지 못하고 나뭇잎이 타버린 것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올핸 더 심할 것 같다. 봄엔 꽃들이 한 달 정도 일찍 피고 졌다. 식물이 견디지 못하면 지구의 미래는 없다.
태양 주위를 도는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로 표면 온도가 46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그런 금성도 먼 옛날엔 지구와 같이 물이 풍부했다가 어떤 이유로 물이 증발하면서 지금의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금성의 모습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지옥불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구는 매년 뜨거워진다. 평균기온이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올라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지구의 미래가 금성이 아니라는 법이 있을까. 오늘의 뜨거움을 피부로 실감하고 나니 무서운 생각마저 든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몇 년, 몇십 년 안에 지구의 모습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은 기후가 아닐까. 우리 인류의 마지막이 뜨거운 안녕이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