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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입양기 1

알레르기를 어찌할고

by 혼란스러워

결국 고양이를 입양했다. 5년 전에 길냥이를 임시보호했다가 초등학생이던 아들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 결국 입양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 후로 고양이를 다시 입양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들은 고양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끈질기게 졸라대는 통에 결국 두 손 들고 고양이를 다시 키워 보기로 했다. 알레르기 없는 종이라고 하는 '네바 마스커레이드'라는 종으로 선택했다.


내 기준엔 길고양이 아무 녀석을 데려다 놔도 다 이뻐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레르기로 또 고생할 수는 없었다. 정식 분양 업체를 알아보고 상담을 한 후 비용 지불하고 고양이를 기다렸다. 오기로 한 날 업체 담당자가 해당 고양이가 바뀐 환경 탓인지 설사를 해서 입양을 며칠 미뤄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했다. 분양 업체가 모든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 입양 신청을 받으면, 고양이를 물색해서 맞는 고양이가 있는 가정집 등에서 데려오는 시스템이라는 말은 먼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고양이를 업체가 데려왔고, 데려온 김에 목욕도 시키고 맛있는 것도 먹였는데 탈이 난 것 같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학수고대하던 아들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건강하게 데려와야 하니 며칠만 참자고 달랬다. 그리고 바로 어젯밤에 그 고양이가 도착했다. 길에서 흔히 보던 고양이들과는 모습이 조금 달랐다. 털이 길고 꼬리도 두툼했다. 눈동자는 빨간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각도로 보면 푸른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거실에서 케이지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낯선 환경에 겁을 먹었는지 나오려 하지 않았다.


공간이 너무 넓어 보일 수 있으니 아들 방에 옮겨 놓고 우리 모두 잠시 자리를 피해 줬다. 한참 후에 들여다보니 몸을 반쯤 내놓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케이지에서 완전히 나와 고개를 살짝 빼고 낮은 자세로 코를 벌렁거리며 방을 탐색했다. 사냥 장난감으로 유인을 해봤지만 아직은 우리와 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털을 만졌다. 싫지 않은지 엉덩이를 바짝 들고 옆으로 살짝 돌며 몸을 내 몸에 비볐다. 이 정도면 첫 대면은 성공인 것 같았다.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방을 나오니 따라 나왔다. 붙임성이 좋은 녀석이라 다행이다. 그런데 아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제 방에서 키우겠다며 데리고 가서 한참을 있더니 재채기를 하고 코를 훌쩍거렸다. 눈이 간지럽다면서 몇 번이고 세수를 했다. 안 되겠다 싶어 고양이와 용품을 거실로 내놓고, 알레르기 약을 먹였다. 고양이는 새벽에 잠시 우당탕했지만 큰 문제없이 첫날밤을 보냈다. 알레르기 줄이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 같다. 냥이도 우리도 행복한 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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