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친척집에서 강아지를 데려왔다. 당숙 내외분께서 키우는 작은 어미개가 새끼를 세 마리 낳았는데 너무 귀여워 우리 가족 모두 반해버렸다. 한 달쯤 돼서 좀 더 지나야 하고 고민했는데 강아지 당숙께서 데려가도 된다고 하시기에 데려왔다. 평범한 시골 할아버지인 당숙은 얼마 전에 어미개가 아파 병원에 데려가서 하루 입원하며 치료했는데 병원비가 70만 원 넘게 나왔다고 하셨다. 시골 할아버지에게 그 돈은 큰돈이다. 그런데도 아낌없이 병원비를 내며 치료를 해주신 것이다. 그만큼 그 개를 예뻐하셨고, 그 개도 주인을 잘 따랐다. 어디 가실 때 타고 다니는 사륜 오토바이 시동을 켜면 강아지가 폴짝 뛰어올라 발 놓는 곳에 탄단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어딜 가시면 늘 졸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다.
두 분 사랑을 듬뿍 받아 그런지 강아지가 사람을 정말 잘 따랐다. 지난번에 봤을 때도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서 안기고 핥았다. 고양이를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걱정도 되지만 한 마리가 어렵지 두 마리는 똑같지 않겠냐는 생각에 과감히 입양하기로 했다. 당숙 내외분께 강아지들 사료 값이라도 하시라고 하면서 삼만 원을 내밀었더니 펄쩍 뛰시며 안 받겠다고 하셨다. 한사코 안 받으시는데 억지로 돈을 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다음에 올 때 과일이라도 사다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강아지를 안고 돌아왔다.
우리 집에 도착한 강아지는 낯설어서 그런지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그런지 몸을 떨었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도 마당에서만 살았으니 갑자기 에어컨 바람을 쐬면 감기가 들 것 같았다. 따듯한 물에 목욕을 시키고 드라이기로 잘 말린 후 에어컨을 끄고 방석 위에 내려놨다. 고양이가 다가와 쥐 다루듯 발로 강아지를 툭툭 건드린다. 그러다가 뒤로 물러나 웅크리고 강아지를 지켜보다가 한 순간에 다가와 무는 시늉을 한다. 고양이 눈에 작은 강아지가 사냥감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대부분 장난에 그쳐서 세게 물지 않지만 혹시라도 순간 판단을 잘못하여 상처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됐다. 어미도 워낙 작은 데다가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되니 강아지가 너무 작고 앙증맞다. 그러니 고양이 눈엔 오죽하랴. 둘이 친해지도록 가까이 두고 지켜본다. 고양이가 다가가 냄새를 맡고 앞발을 들자 강아지가 나름 으르렁 거리며 앞발을 든다. 한 달 밖에 안된 아기 강아지가 덩치도 자기보다 훨씬 큰 고양이에게 반격할 태세를 취한 것이다. 고양이도 놀랐는지 뒤로 물러난다. 뭔가 화가 났는지 거실로 나가 바닥에 있는 비닐봉지를 물고 차고 화풀이를 한다.
강아지는 어미와 형제들과 떨어져서 며칠은 낑낑거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얌전하다. 잠을 많이 잔다. 아기 사료를 물에 불려 먹여 주니 두어 개 먹고 말았다. 분유도 먹여 보았으나 분유는 더 안 당기는 눈치다. 작은 녀석이 엄마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걸 보니 측은했다. 엄마와 형제들과 마당에서 행복하게 장난치던 모습을 생각하니 안쓰럽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자기를 사냥감 대하듯 하는 커다란 고양이까지 갑자기 변한 환경에 얼마나 힘들까. 따듯한 엄마 품이 그립겠지. 엄마 품만큼은 아니겠지만 따듯한 품이 그립지 않도록 많이 안아주고 만져줘야겠다. 얼른 적응하고 커서 고양이와 같이 장난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