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을 확인했다. 블로그에 책 리뷰를 남겨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메일이 와 있다. 도서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에 가끔 이런 메일을 받는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리뷰를 남기는 블로그다. 가끔 개인사를 남기기도 하지만 책에 관한 포스팅이 대부분이다.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도 받았지만 그다지 영향력이 크진 않다. 처음엔 서평단 활동으로 시작했다. 도서 지원 서평단 이벤트에 지원해서 선정되면 책을 받아 읽고 리뷰를 남기는 방법이다.
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서평에 대한 강제성도 있어서 책 읽기와 글쓰기 습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의욕이 넘치다 보니 서평이 밀리기 시작했다. ‘블테기’라는 것을 겪고 나서 다시 시작했다. 정말 당기는 책이 아니면 서평단에 응모하지 않았다. ‘인플루언서’가 된 후 메일로 출판사에서 먼저 서평 진행 제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무료로 책을 받은 것만 가지고 성에 차지 않았다.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들고 나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고 싶어졌다. 서평단 활동을 하기 위해 3일 내지 일주일 정도 책을 들고 다니며 읽고, 사진 찍고 서평을 쓰고 하는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열정 페이’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소액이라도 원고료를 책정해서 역제안을 했다. 나름 일종의 마케팅을 한 것이다.
오늘 메일로 리뷰 제안받은 건 마케팅, 세일즈에 관한 책이었다. 저자 소개가 흥미로웠다. 그 분야에서 엄청 잘 나가고 상도 많이 받고, 아무튼 마케팅 분야 관련 활동과 창작으로 수익도 올리는 활동적인 분인 것 같았다. 끌리는 분야이긴 했지만 원고료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정중하게 회신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좋은 책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시간 상 제가 서평을 다 진행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 원고료 책정을 하고 있습니다. 원고료는 최소한으로 ..... 원 입니다. 회사 정책상 어려우시면 다른 분들께 기회를 주셔도 좋습니다. ^^ 감사합니다.” 내가 돈 주고 산 책도 밀려 있어서 서평 제안 오는 책까지 받으면 내가 감당을 못하니 혹시라도 원고료 명목으로 수고비라도 책정해 주면 진행하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잠시 후에 메일함을 보니 회신이 왔다. “.....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서 협찬 형태로만..” 원고료는 지급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대부분 이렇게 답장이 오니까 새로울 것도 없었다. 다만 책 내용 소개를 보니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서 돈 버는 것에 관한 내용이고, 메일 제목도 ‘~~~으로 억대 매출을 만든... 의 이야기..’인데, 책 홍보는 나 같은 블로거를 활용해서 무료 도서 지원만으로 하려고 하는 게 씁쓸했다.
물론 책 한 권의 값어치가 책값으로만 매겨질 수는 없겠으나 책 한 권 읽고 리뷰를 남기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기에 내 시간에 대한 값어치도 적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 내 시간에 대한 값을 매겨보고 역제안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런 역제안을 하게 된 건 이런 훌륭한 분들의 책을 읽고 터득한 일종의 나만의 세일즈다. 도서 지원 서평단 활동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을 때 이루어지는 계약이니까 양쪽 모두 잘못된 건 없다.
그래도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리뷰어의 수고로움을 인정해 주고, 원고료를 책정해 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께는 감사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서 서평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한 달에 5권 내지 10권 정도의 책을 사서 읽는다. 내가 읽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돈을 내고 사는 것이다.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내 시간의 값어치를 생각하는 것도 책을 읽으며 배웠다. 앞으로도 내 세일즈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