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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엄마 생일 2

여름날의 추억

by 혼란스러워

지난 토요일 엄마 생신을 기념해 오랜만에 형제들이 모였다. 둘째, 막내 누나와 나는 미리 약속한 대로 서산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 내 차로 서산까지 가서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장으로 이동했다. 한여름 불볕더위가 온 거리를 데워놓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누나들과 장 보러 가는 길은 즐거웠다. 삼계탕을 끓여 먹기로 해서 토종닭 세 마리를 사고 대추와 황기 등 함께 끓일 재료를 샀다.


예전엔 마당에 솥단지 걸고 나무를 태워 끓였지만, 요즘은 산불 등으로 밖에서 불 피우는 것이 금지되어 영업용 주물 버너와 드럼통 모양의 화덕을 샀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우리는 한 번 사두면 계속 쓸 수 있으니 살 때 다 사놓자며 의기투합했다. 둘째 누나는 두부 가게에 들어 방금 나온 손두부 세 모를 사고, 우뭇가사리를 샀다. 엄마는 우리 밭에 심은 옥수수는 아직 덜 익었다고 하면서 시장 볼 때 옥수수도 한 망 사 오라고 하셨기에 우린 찰옥수수도 한 바구니 샀다.


우리가 방문한 서산 동부시장은 어릴 때부터 많이 다닌 정겨운 전통 시장이다. 온갖 싱싱한 해산물이 많아서 명절이나 휴일이면 늘 사람이 북적거린다. 생활잡화, 옷, 등등 없는 게 없다. 구워서 파는 김 여섯 봉지를 만 원에 사고, 한 팩에 오천 원 하는 닭강정도 두 팩 샀다. 누나들은 옷 가게에 들러 엄마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몇 개 샀다. 버너와 솥 걸이 등을 사서 맡겨뒀던 철물점에 가서 다른 짐을 놓고 둘째 누나가 기다리기로 하고 막내 누나와 난 주차장에 가서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엄마가 쓸 약 몇 개와 시원한 박카스 한 박스를 샀다.


누나와 난 너무 더워 박카스 하나씩 꺼내 마시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빼서 철물점 근처 길가 일렬 유료 주차장에 주차했다. 관리 아저씨가 다가와 주차증을 윈도브러시 사이에 끼운다. 막내 누나가 잠깐 짐만 싣고 갈 거라고 하였으나 의미 없는 말이었다. 아저씨는 철물점에 얘기하면 주차권을 줄 거라고 하셨다. 유료주차장에 들어왔으니 당연히 돈을 내는 게 맞다. 철물전 아주머니는 주차권 두 장을 주셨다. 왜 두 장씩이나 주시냐 하니 한 장에 200원짜리라고 하셨다. 철물점에 맡겼던 짐을 날라서 싣고 주차권을 둘째 누나에게 주면서 아저씨께 드리라고 하고 차를 빼서 천천히 이동했다.


집에 오늘 길에 LPG 가스를 배달 요청하기 위해 가스 가게에 들렀다. 시골집 주방에 인덕션으로 바꿔서 최근에 가스통 배달할 일이 없었기에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었다. 통 값까지 9만 7천 원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앞서가면 트럭을 타고 따라오시겠다고 하여 집으로 향했다. 마당 한쪽 구석에 위치를 잡아 주니 아저씨는 가스통과 버너를 연결해 주셨다. 밸브를 열고 불을 붙여 보니 파란 가스불이 잘 올라왔다. 버너를 화덕 안에 넣고 솥을 화덕에 걸었다. 커다란 솥에 시장에서 산 토종닭을 손질해서 약재와 찹쌀을 넣고 끓였다.


그 사이 막내 누나는 얼마 전 캔 감자를 갈아 감자 전을 만들었다. 엄마는 밭 구석에 애호박이 열려 있다며 따다 주셨고, 누난 애호박을 채 썰어 감자전 반죽에 넣고 같이 부쳤다. 그 사이 통기타를 배워 틈만 나면 기타를 꺼내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매형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 실력도 기타 실력도 별로이지만 우리를 즐겁게 해 주려는 매형의 노력을 우린 가상히 여겨 시끄럽지만 기꺼이 들어주었다.


누나가 부친 노란 감자 전이 나왔다. 우린 이따가 닭도 먹어야 하는데 이걸 먹으면 배불러서 어떡하냐고 하면서도 감자 전도 먹어치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해 질 무렵 마당에서 끓고 있는 솥에서 닭을 꺼냈다. 너무 잘 읽어서 살이 부서졌다. 온 가족이 상을 펴고 둘러앉아 잘 익은 닭고기를 뜯었다. 해가 지니 조금 시원해졌다. 닭고기와 죽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쉬기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며 소화를 시켰다.


커피 내리기에 푹 빠진 큰 형이 커피를 내려 아이스커피 한 잔씩 만들어줬다. 이번엔 더 맛있는 원두라며 맛있다는 말 나오기를 기다렸다. 우린 한 모금씩 마신 후 커피가 너무 맛있다며 칭찬해 줬다. 잠시 후 마당 샘가에 담가둔 수박을 꺼내다가 썰어 먹었다. 수박은 여럿이 썰어 먹어야 더 맛있다. 이렇게 올여름도 즐겁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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