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어제 작성해 주신 문서 ~~~ 내용으로 수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근 한 시간 반 전 아침에 메시지를 받았다. 다른 부서 이사님이 보낸 메시지다. 어차피 내가 출근해야 가능한 일인데 이렇게 일찍 메시지를 보낸 건 그분의 급한 성격 때문일 것이다. 일부러 답변하지 않다가 회사에 출근 20분 전 즈음에 답장을 보냈다. “확인했습니다. 회사 도착 후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하고 정중하게 보낸다는 생각으로 답장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루틴대로 그룹웨어를 열고 메일함과 쪽지함을 확인했다. 그분이 보낸 쪽지가 있다. 메신저로 받은 내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이었다. 당장 일어나 다른 직원에게 이 상황을 말하며 험담 열전을 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고 문서를 수정해서 보냈다. “말씀 주신 내용으로 수정해서 보냅니다. 어제는 ~~한 내용이었는데 오늘은 ~~한 내용으로 수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수정했습니다. 혹시 제가 이해한 내용이 말씀하신 취지와 다르거나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회신 주세요.” 더 이상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분은 전부터 본인 입장만 급하게 생각하며 일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직접 얘기한 사람은 없겠지만, 같은 내용으로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고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바로 전화해서 확인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면 쪽지나 메일을 보내고 상대가 확인하기를 기다리거나 조금 시간 여유를 두고 전화를 하는데 그 이사님은 늘 바로 전화를 한다. 다들 바쁘게 일하는 중에 업무 스타일이 있고 처리 방식이 있을 텐데 무조건 자기가 요청한 것부터 확인해 달라고 하니 다른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기 일이 중요하고 급하겠지만 다른 직원들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배려해 준다면 좋을 텐데. 사람이 다 갖추긴 어려운가 보다. 능력도 좋고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런 세심한 면에선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아무튼 그분이 요청한 일을 끝내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잠시나마 내 마음에 끓어올랐던 작은 분노가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직원한테 말 안 하고 참기를 잘했다. 험담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나. 차라리 그분한테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그러지 못할 바에야 뒤에서 아무리 얘기한 들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험담하고 나면 내 기분만 찜찜해지고 좋은 것도 없었다. 오히려 얘길 들으며 동조하던 사람들이 나를 좋지 않게 보는 경우도 있으니 이럴 땐 그냥 혼자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게 나를 위해 좋다. 이런 생각 할 수 있는 계기를 준 이사님께 감사해야겠다. 타산지석,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난, 정죄할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 보는 기회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