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은 스트레스를 뭘로 푸세요?” 오늘 점심 먹고 산책하던 중 스트레스 얘기가 나오자 같이 걷던 후배 직원이 물었다. “나?.. 난.. 책 읽고, 운동 하면서 풀지..”라는 말로 답변을 얼버무렸다. 스트레스는 받는데 뭘로 푸는지 물어보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운동을 하긴 하지만 집에서 아령과 턱걸이, 팔굽혀 펴기를 이삼일에 한 번씩 하고, 주말에 산책을 즐기는 정도다. 책 읽기가 과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해소’는 무슨 뜻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을 없애 버리다.’로 나온다. 스트레스를 없애 버리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이미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없애 버린단 말인가.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할 때에는 없애 버린다기 보다 다른 일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로 억눌린 마음을 가볍게 한다는 말일 것이다. 경험상 스트레스로 억눌린 마음을 가볍게 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건 운동이었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음악을 크게 듣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일도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책 읽기는 어떤가. 책을 읽는 건 다른 사람이 글로 써놓은 이야기를 보는 행위다. 뻔한 이야기라도 글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온다. 가령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읽었다고 치자.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살다 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르다. 그럴 때 저 문구를 읽는다면 다시 한번 인식하고 자신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며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보고 그러지 않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한 기분이 들을 때 관련 책을 읽는다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을 얻을 수도 있다. 뻔한 얘기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글로 읽고 실천해 볼 수 있다. 꾸준히 운동하고 싶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이 일단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라는 글을 읽고 용기를 낼 수 있다. 글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주위 사람이 아무리 뭐라고 한들 한 줄 글보다 못할 때가 많다.
나는 어느 순간 스트레스를 주는 그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생각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데 그 상황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이 더해져 백 가지 걱정을 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도 책을 통해 깨닫게 됐다. 난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씩은 안고 산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지 않던가. 그 마음속의 돌도 생각하기에 따라선 누구에겐 깃털처럼 가벼울 수 있고 누구에겐 태산보다 무거울 수 있다. 결국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그것을 책을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