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급허먼 어제 오지 그랬슈” 이 말은 급하게 서두르거나 재촉하는 사람에게 하는 충청도식 화법이다. 충청도 사람들 특유의 화법을 풍자한 말이다. 충청도 사투리는 은근슬쩍, 그렇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정곡을 찌르기도 하고, 애매모호하여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다. “건너편에 있는 저 중국집 짬뽕 맛 어때요?” 김 차장이 물었다. 그 집에서 몇 번 먹어본 적 있기에 “아 거기? 어지간히 먹을만해.”라고 답했다. 순간 김 차장 표정이 굳어지며 “어지간히 먹을만하다는 게 맛있다는 말이에요. 맛없다는 말이에요?”라고 말하며 충청도식 화법이라 해석하기 어렵다고 투덜댔다. 같이 있던 다른 직원들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포함한 충청도 사람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더라도 두루뭉술하게 표현해서 상대방이 그 진짜 뜻을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뭘 하자는 제안에 “그려.. 봐서..”라고 대답하는 것도 그렇다. 뭘 본다는 것이고 그러고 나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상대방으로선 도통 알 수가 없다. 봐서라고 말할 때는 긍정보단 부정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즉 하기 싫은 경우 그렇게 말할 때가 많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시골에 내려갈 때 전화를 드리면 "아무것도 사 오지 마라. 집에 다 있다.”라고 하신다. 그렇다고 진짜 아무것도 사 가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나선 꼭 뒤에 뭔가 단서를 붙이신다. “복숭아나 몇 개 사 오던지. 말던지.” 나도 충청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내가 듣기에도 참 해석하기 어려운 말이다.
누가 음식을 권할 때 “됐슈”라는 답을 많이 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딨슈"다. 거절의 뜻인지 애매하다. 한 번 더 권하거나 그냥 갖다주면 먹는다. 그럼 처음에 ‘됐슈’라고 할 때 정말 됐다는 것이었을까. 어렵다. “오늘 점심에 해장국이나 먹을까요?”, “더운 데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을까요?” 이런 질문엔 “그러던지”라는 답변을 자주 한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 그러던지.. 난 해장국과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말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걸까. 아니면 다른 게먹고 싶었거나 먹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대안이 없기에 그냥 그러자고 한 걸까. 좋은 걸까 싫은 걸까. 어느덧 충청도 서산에서 산 기간보다 서울에서 산 기간이 더 길어졌지만 이 말투는 영영 고치지 못할 것 같다. "딨슈", "그러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