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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어느새 9월

by 혼란스러워

9월을 월요일로 시작했다. 한 주, 한 달 단위로 흐르는 세월은 그 속도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내 나이를 세는 것을 포기할 만큼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2025년도 삼분의 이를 보냈다.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라는 마음과 세월이 느리게 흐르길 바라는 마음이 섞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나이만 먹는다.


6월부터 8월까지 무더위를 참았는데 여전히 덥다. 더위는 식을 줄을 모르고 날이 갈수록 "오늘이 가장 덥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지구의 기울기는 태양 반대편으로 조금씩 넘어가고 있으니 제 아무리 극성인 더위도 식기는 식을 테지.


한 달이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건 시간을 더 번 느낌이 든다. 첫 월요일이 3일이나 4일쯤 되면 그 달은 더 빨리 가는 것만 같다. 이번 9월은 공휴일도 없이 꽉 찬 한 달을 보내야 한다. 10월 초엔 아주 긴 연휴가 있으니 그 연휴를 기다리며 한 달을 보내야 하는 건가?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지 못하고 어떤 날을 기다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좀 서글프지 않나? 이제 매일 아침 아주 조금씩 이라도 선선해지는 바람을 느낄 것이다. 그 기쁨을 누리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파랗게 높아지는 하늘을 보며 가을을 기다려 보자.


비록 기후변화로 가을 날씨가 예전 같진 않지만 여름이 길고 더웠던 만큼 가을 느낌이 주는 행복감은 배가 되겠지. 봄에 잎과 꽃을 밀어내고 청청함을 유지했던 나무들은 이제 겨울을 준비하겠지. 나뭇잎은 힘이 빠질 테고,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기력이 떨어지겠지.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몰랐던 공기도 어쩔 수 없이 식어갈 거야.

이제 떠들썩했던 잔치를 끝내듯 여름을 보내야지. 좀 쓸쓸해도 가을을 기다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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