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결이 다르다.
MBTI 검사 결과 난 INFP, ‘열정적인 중재자’에 속한다고 한다. 몇십억 명의 사람들을 몇 가지 분류로 나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만나면 MBTI부터 물어본다. 대략적으로나마 성향을 파악해 보려는 것이다. MBTI는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계획형인지 아닌지, 감성적인지 이성적인지 등으로 사람 유형을 구분한다. 너무 이분법적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대충은 맞는 구석도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믿으며 그걸 갖고 서로를 판단하기도 한다.
“그 친구랑은 결이 다른 것 같아.” 얼마 전 한 친구가 회사에서 매번 부딪히는 직장 동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성격이나 성질, 가치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를 때 흔히 ‘결이 다르다’고 한다. 나무에 대패질을 할 때 결대로 하지 않으면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모양도 예쁘지 않게 나온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 털의 결대로 쓰다듬는다. 반대로 하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털이 일어서고 그 특유의 매끄러운 감촉을 느낄 수 없다.
아무튼 나무의 결, 고양이나 강아지 털의 결 등을 생각하면 결이란 건 사물이 가진 일정한 모양이나 방향으로 그 방향대로 다듬거나 만지지 않으면 거칠어지거나 모양이 망가지는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MBTI도 일종의 ‘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지문, 목소리는 모두 다르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이나 소리도 다 다른데 사람의 속 모양이라 할 수 있는 결이라고 어찌 같은 게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누군가와 결이 다르다고 할 때에 사람의 결을 너무 단순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서 갈등이 생긴 것일 수 있다.
나무를 다듬을 때 결대로 하지 않으면 대팻날이 잘 들지도 않고 모양도 망가지듯,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 털의 결대로 만지지 않으면 그 매끄러운 감촉을 느낄 수 없듯 사람도 그 사람이 가진 속 마음의 결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줄 때만이 서로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나 가족의 결, 회사 동료의 결을 살펴보자. 누군가와 갈등 관계에 있다면 혹시 그 사람의 결을 무시하고 결의 반대로만 대해준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나와 결이 같아야 한다거나 같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자. 얼굴과 지문이 다르듯, 모두의 결은 다르다. 그걸 인정하고 존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