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가 정확히 몇 살인지 헷갈린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나이를 잘 물어보지 않다 보니 나도 내 나이를 생각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이십 대만 해도 사람들을 만나면 몇 살이냐고 좋을 때라고 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관심을 주기도 하며, 좋은 말도 많이 해준다. 그런데 나이를 좀 먹은 사람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는 문화가 있기도 하고, 굳이 나이를 물을 필요가 없다 보니 좀처럼 나이를 헤아릴 일이 없던 것이다.
아무튼 난 자연스럽게 정확한 내 나이를 잊어버리게 됐다. 굳이 나이를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 궁금해서 내 나이를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곤 그 숫자에 적잖이 놀라기도 한다. “후~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나도 이제 늙었구나.”, “좋은 시절은 다 갔네.”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하고 한숨을 내쉰다. 나보다 나이를 먼저 먹은 선배들은 그 나이에 맞는 즐거움과 만족감, 장점이 또 있다고 한다.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고, 젊을 때로 돌아가라면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온 세상을 다 갖은 것 같은 기분으로 살던 그 시절,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과 명예를 거머쥔 사람도 젊음 것보단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무리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해도 다시 돌아가지는 못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고 슬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세월이 가는 걸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젊음이 좋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을 후회 없이 즐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오십을 살아 보니 지금까지 건강한 몸으로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축복받은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살아 보니 인생 별것 없더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래 인생 뭐 있겠는가. 건강하게 살면 되지. 인생은 원래 괴로운 것이고 고통이라잖아. 그런대로 그냥 고통도 괴로움도 즐겁게 맞이하면 되는 거다. 단, 우린 매일 선물을 받는다. 하루라는 선물이다.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하루를 선물받는다. 언제까지나 젊고 건강할 줄 알았던 그 시절엔 이게 이렇게 귀한 건 줄 몰랐다. 이제 철이 좀 드는지 오십이 되니 세상에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 바로 내가 사는 지금, 오늘 하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