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늘 찍은 사진들 뺄 수 있니?” 오늘 어머니 모시고 형제들과 고향 집 근처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어머니가 사진을 인화하고 싶어 하셨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그걸 인화할 생각까지는 안 했는데 어머닌 종이 사진으로 인화해서 거실 어딘가에 액자에 끼워 놓고 싶으신가 보다. 사진은 많이 찍는데 정작 사진은 없는 시대다.

어릴 땐 사진 찍을 일이 많지 않아서 사진이 참 귀했는데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서 필름 두세 통을 샀다. 그땐 멀리 여행 갈 때 사진관에서 돈을 얼마 내고 카메라를 빌려 가기도 했는데 형이나 누나들 하던 걸 봐온 나도 수학여행이니 카메라쯤은 들고 가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친구들, 선생님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어 왔고, 사진관에 맡겨 인화했다. 단체 사진은 한 장을 인화해서 사진 속 인물들에게 사진을 받을지 물어본 뒤 인원수에 맞게 인화를 주문했다. 그땐 사진 한 장이 참 소중했다. 특별한 날에만 찍을 수 있었기에 어릴 때 찍은 사진은 많지 않다. 누군가 그랬다. 요즘 사람들 사진을 보면 모두 행복한 표정이고 옛날 사람들 사진은 모두 시무룩하고 진지한 표정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엔 특별한 날에만 찍는 사진이다 보니 자세를 바로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찍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은 심각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웃는 표정을 지어 ‘가짜 행복’을 연출하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게 아날로그 시절을 겪은 나로서는 가끔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들이 허망하기도 하다. 같은 곳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몇 장씩 찍어 대다 보니 휴대폰 안엔 사진이 너무 많아 정리하기도 어렵다. 인화하지도 않을 사진을 뭐 하러 그렇게 찍어대나 싶기도 하다.

그날 어머니와 형제들이 찍은 단체 사진도 어머니가 말씀하지 않았으면 그냥 우리들 스마트폰에 다른 쉽게 찍은 사진들과 함께 영영 묻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론 사진도 자주 찍어 드리고 찍은 사진은 꼭 인화해서 드려야겠다. 자식들 그리우면 사진을 보면서 쓸쓸함을 달래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