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3박 4일간 수고하셨습니다.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이죠. 몽골에 380만 인구 중 여기 기사님과 저 2명이 만난 게 인연이고, 대한민국 5천6백만 인구 중 여러분 열한 분이 만난 게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함께한 시간, 소중한 추억 잘 간직하시고 돌아가셔서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들과 함께한 몽골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한 말이다. 그렇지. 지금까지도 만난 적 없었고,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적은 이 사람들과 며칠을 같이 이동하면서 여행한 것 자체가 가벼운 인연은 아니지. 가이드가 새삼 깨우쳐 준 이 사실을 곱씹으며 차창 밖으로 드넓게 펼쳐진 몽골의 초원 풍경을 감상한다.
“아빠. 저 가이드님 정들었는데 아쉬워, 기사님도 착한 것 같고 투어 일행분들도 정말 좋았어.” 아들이 몇 번이고 이 말을 했다. 함께 여행 한 사람들과 정들고 좋았다는 말 자체만으로 이번 여행은 성공이다. 좀 소극적인 아들을 데리고 몽골을 여행하기로 한 건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이 누군가와 함께하며 정들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여행한 보람이 있다. 어른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잘 따라와 준 아들이 대견했다.
이번 여행을 이끌어준 가이드는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와 있었고, 지금도 한국에 자주 온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을 유창하게 했다. 밝은 성격이라 농담도 잘하고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껄껄 웃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25인승 버스로 우리를 여행 일정 내내 안전하게 데리고 다니신 기사님은 젊은 편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선해 보였다.
우리 일행 열한 명의 구성은 이랬다. 먼저 세 자매 어머님들. 제일 큰 언니가 70대 정도로 보이고 막내 분이 6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그중 큰언니가 정말 유쾌하신 분이었다. 그분 들이 나에게 사진을 가끔 부탁했는데 내가 찍어 드리면 잘 찍었다며 좋아하셨다. 둘째 날 밤에 별 보러 갔을 때 북두칠성 사진을 선명하게 찍어 드렸더니 정말 고마워하셨다. 본인 어릴 땐 서울에서도 이런 별들을 봤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다며 추억에 젖어 몇 번이고 별 사진을 보시고 가족들에게도 보내 주시는 것 같았다. 세 분이 가는 곳마다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으시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이모님, 고모님 같이 친근감이 느껴졌다. 세 분이 전에도 해외여행을 다니셨는지 여쭤보니 해외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두 번째 일행은 중년 부부였는데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분들이었는데 정말 인상이 선하시고 인자해 보이셨다. 그 두 분보다 조금 더 젊어 보이는 부부는 ‘부부는 닮는다’는 속설이 사실인가 싶게 닮아 보이는 분들이었다. 아무튼 두 부부 모두 그 정도 나이에 부부간에 조용히 여행을 즐기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30대 여성 두 분은 친구 사이라고 했다. 가이드가 말할 때마다 즐겁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나와 아들 이렇게 열한 명이 이번 여행 팀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인원이 적고 모두들 좋은 분 들 이어서 여행 내내 불편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로 여행했다. 몽골 공항 출국장 앞에서 가이드에게 아들이 헤어지기 아쉬워한다고 말하자 웃으며 아들을 안아 주셨다. 인천에 도착해서 잘 도착했고 덕분에 즐거운 여행 했다고 감사하다고 메시지 보내니 한참 후에 답장이 왔다. “네. 사장님도 건강하시고 또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어머님 자매 세 분을 만났다. 아들이 정들었는데 아쉬워한다고 하니 “아이고 그랬어? 그래 우리도 정들었는데 서운하다. 공부 잘하고 밥 잘먹고 멋지게 커서 나중에 또 만나자 잉~” 이렇게 우리의 이번 여행은 끝났다. 여름날의 여행 끝엔 특유의 쓸쓸함과 사무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