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어느 달, 어느 날의 기록
사람
병원에서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죽으려고 했는데 애인이 데리고 와 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어떤 치료나 약도 고양이가 준 위로에 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고양이를? 반려동물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나의 치료를 위해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것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았다. 내가 출근했을 때 그 아이의 밥은 누가 주지? 매번 씻겨주고 청소도 잘해야 할 텐데? 아프기라도 하면?
살아있는 무언가를 키우는 건 자신 없다.
강아지
엄마 품에서 형제들과 우유를 신나게 먹고 있는데, 어떤 큰 손이 나를 움켜잡아 들더니 큰 차에 태웠다. 엄마도, 어떤 형제도 나와 함께하지 않았다.
차가 어느 장소에 멈춰 서고, 그 큰 손은 다시 나를 움켜잡고 어디론가 데려가 크고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나는 유리상자에 홀로 앉아 투명한 창 너머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녔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앉아 있는 유리창 앞에 멈추어 서서 “이 강아지 너무 귀엽다!”라고 말하곤 다시 급히 지나갔다.
나는 이 유리상자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