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여러 가지로 생각한 결과 강아지를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여러 가지라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 뿐 딱히 강아지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병원에 다니며 우울하게 남은 인생을 사느니 어떤 새로운 시도라도 해볼 요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적당한 가격, 적당한 외모의 강아지를 골랐다. 내 대신 큰 도시에 있는 동생이 직접 가서 강아지 상태를 본 후 강아지를 집으로 배송받기로 하였다.
그 과정은 마치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 같이 간단하고, 아무런 제한도 없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막 사고 버리는 거야,
나는 자조 섞인 생각을 하며 다시 깊은 우울감에 잠겼다.
강아지
내가 사는 유리상자 옆에는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옆에도 위에도 아래에도 뒤에도. 다섯 걸음 정도는 뛰어다닐 수 있는 유리상자 안에서 내 형제들을 닮은 친구들이 두 발로 서서 밖을 바라보며 낑낑 울고 왕왕 짖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엄마와 형제들도 이곳에 있을까? 하지만 엄마와 형제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렴풋이 그들의 모습을 기억할 무렵 그들을 떠났기 때문에, 아니 이곳으로 옮겨졌으므로.
그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엄마의 젖에서 나는 달콤한 우유냄새라든지, 형제들의 고소한 발냄새를 기억하고 있어서, 냄새만 맡으면 알아볼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