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강아지를 보러 간 동생이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강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얀색의 작은 강아지로, 견종에 비해 싼 가격의 강아지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람들이 선호하는 외모가 아니어서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축 처진 눈, 눈을 반쯤 덮어 멍청해 보이는 속눈썹. 딱히 내 이상 속의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외모 때문에 키울 건 아니니까.
나는 좋다고 하고 이름은 “기쁨”이라고 지었다. 나에게 오거든 내게 기쁨을 좀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기쁨이를 분양받기로 하고 돈을 보냈다. 내일모레 탁송받기로 했다.
기쁨이를 맞이할 아무 물건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뭐, 필요한 대로 준비하면 되겠지
강아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이 나에게 귀엽다고 말하며 지나가는지 세다가 포기했다.
하루에 두 번 아저씨가 나에게 밥을 주었다. 더 먹고 싶지만 매일 정해진 양만 먹어야 했다. 나는 두 발로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면 열심히 낑낑 울거나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내가 소리를 내고 빙빙 돌면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하면 나를 이 유리상자 밖으로 내보내 줄까 봐 나는 더 열심히 두 발로 서고 빙빙 돌고 왕왕 짖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밖으로 꺼내주진 않았다.
어느 날 밤 어떤 여자가 나의 유리상자 쪽으로 와서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에게 밥을 주는 아저씨가 상자를 열고 나를 집어 들고 내 털과 배를 훑어보며 열심히 뭔가 여자에게 말했다. 그 여자에게서는 싱그러운 냄새가 났다. 가까이 가서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고 싶었지만 여자는 설명을 듣더니 떠나버렸다. 그리고 아저씨는 나를 다시 상자 속에 집어넣었다. 밖으로 나갈 거라고 기대했던 나는 너무 실망해서 길게 우는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