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향하는 생활방식과 죽음

수필도 일기도 아닌

by Rain Dawson

우선은,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정신과 육체가 모두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집에 있는 스키 및 로잉 머신을 이용합니다.


10킬로 달리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약속 장소가 10킬로미터 정도면 뛰어가곤 합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러너' 그 자체의 차림으로 갈 건데 괜찮을지 말입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선 폰 사용을 줄이고 명상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은데, 핸드폰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유튜브를 켜면 볼 것도 없는데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됩니다. 폰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손에서 탁 내려놓고 행동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겼지만, 이젠 멍 때림을 명상이라고 생각하고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냥 앉아서 주변 풍경, 지나가는 새, 가까이 있는 물건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다만, TV나 폰을 앞에 두고는 명상이 잘 안 됩니다. 자연과 사물이 좋은 듯합니다. 요즘은 사무실 앞에 심긴, 죽어가는 은행나무 가지들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짜증 나거나 성가시고 화나는 등의 일은 그때뿐,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계속 생각해 봤자 내 속만 상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시간이 되돌아가거나 지난 일이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살찌지 않는 것입니다. 건강뿐 아니라 시각적 효과와도 직결됩니다. 저는 키가 꽤 큰데, 여기서 살찌면 해그리드처럼 보일 테니 얼마나 무섭습니까. 단 것을 끊지는 못하더라도 줄이고, 운동 외에 평소 활동량을 늘려야 합니다. 또한 커피를 줄여야 합니다. 작년, 한동안 끊었다가 다시 물처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저는 카페에서 스콘과 커피를 먹으면서 이 글을 씁니다. 이런 모순이 따로 없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글을 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외국어도 하루 종일 붙들고 있으니 지겹더군요. 뭐가 됐든 적당히 해야겠습니다. 산책도 하고, 드라마도 보고 뒹굴거리기도 하고, 친구랑 전화로 별로 심각할 것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느슨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 것입니다. 그리고 시시껄렁한 연애 소설도 써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책 읽을 시력도 약해지고, 외국어 듣기 연습도 어려워지겠지요. 그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내 몸 하나 제대로 돌보며, 내 감각과 인지, 판단에 따라 내 의지대로 움직이다가, 어느 봄비 내리는 날 낮잠 자다가 떠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를 화장하여 동해 바다 쪽에 뿌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동해의 맑고 푸른 거센 바다를 생각하면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그렇지만 언제 그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매일 가장 어려운 일에 도전해 봅니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기'라거나, '순간을 소중히' 같은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이치를 따르는 것 말입니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나를, 이제는 내가 가장 아껴줄 겁니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잘 살고 행복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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